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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혐한'과 '반일'이 자란 땅, 조슈

■조슈 이야기(허수열·김인호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이토 히로부미·아베 등의 고향

일본 교통중심지로 富 축적하고

메이지유신 이끈 공신 배출하며

정치·경제·군사 모두 휘어잡아

제국주의 팽창 앞장서 韓과 악연

얽히고설킨 '한일관계 역사' 다뤄





일본 여행지로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교토나 나라 등도 익숙하다. 그러면 ‘조슈’ 혹은 ‘야마구치’는 어떨까. ‘하기’라는 곳을 알고 있는 한국 사람도 많지 않을 듯하다. 신간 ‘조슈 이야기-반일과 혐한의 기원’ 저자들은 “조슈와 하기를 알아야 일본은 물론 한일 관계도 안다”고 강조한다.

조슈번(長州藩)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섬인 혼슈의 서쪽 끝 지방이다. 현재는 야마구치현(山口縣)으로 불린다. 하기(萩)는 부산의 바다 맞은편, 동해안 도시로 전통시대 조슈번의 번청이 있던 곳이다. 현재는 인구 5만 정도의 소도시다. 야마구치 현청이 보다 지역 중심인 내륙의 야마구치시로 옮겼기 때문이다. 지금 야마구치현의 최대 도시는 시모노세키다.

이런 조슈는 일본 근현대를 주름잡던 인물이 나타나고 활동한 곳이다. 때문에 한국과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일본 근대 사상의 효시라고 하는 요시다 쇼인은 하기 지역 출신으로 일본인들에게 근대 문명 개화와 함께 제국주의적 대외 팽창을 주문하면서 한국을 첫 침탈 대상으로 꼽았다. 요시다의 제자에는 ‘한국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야마가타 아리토모, 다카스기 신사쿠, 이노우에 가오루, 기도 다카요시 등이 있다.

책에 따르면 이들 조슈 출신 사람은 근대적 내각제가 시작된 1885년부터 1918년까지 일본 총리의 63%나 차지했다. 여기에는 이토를 비롯해 야마가타, 가쓰라 다로,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노우에는 을미사변의 기획자였고 이토는 첫 통감으로 대한제국 식민화에 앞장섰다. 데라우치는 일제 강점기 초대 조선총독이었다. 또 2대 조선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도 조슈 사람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의 계기가 된 운요호 사건을 일으킨 일본의 배 운요호가 조슈번이 영국에서 수입한 전투함이었다는 것도 공교롭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후 현대일본에서도 이런 추세는 바뀌지 않았다. 전범으로 ‘쇼와의 요괴’라고 불린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함께 그의 외손자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역시 조슈(야마구치현) 출신이다.

조슈는 일본 내 교통의 중심지로서 예로부터 부유했다. 하지만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까지 조슈의 영주(다이묘)였던 모리 데루모토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반대편에 선 것이 악재였다. 도쿠가와가 승리하고 에도(도쿄)에서 막부로서 집권하면서 조슈는 찬밥 신세가 된다.

대신에 조슈와 조슈 사람들에게는 원한이 커지면서 이후 근대 일본에서 막부 체제를 무너뜨리고 일왕이 권력을 잡는 사건인 이른바 ‘메이지 유신’에서 일등공신이 됐다. 덕분에 이곳 출신 인재들이 일본의 정치와 경제, 군사를 주도하게 되고 제국주의적 대외 팽창에도 앞장섰다. 아베에서 보듯 극우적 관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조슈와 한국의 악연이 간단하지 않음을 알려주는 스토리다.

책은 조슈를 배경으로 한일 관계라는 더 넓은 스팩트럼으로 나아간다. 일본에서 이른바 ‘정한론’이 고대 신공왕후의 삼한정벌이라는 ‘가짜뉴스’에서 시작돼 근대 요시다 쇼인 등의 침략 이데올로기로 진화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얼마나 기망과 폭력으로 쌓여있는지 설명한다. 전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과정에서 미국의 어정쩡한 친일적 태도가 일본의 독도 집착을 방조했다고 주장한다.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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