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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라도 교정시설서 ‘19금 잡지’ 구독…"법 개정 필요" [안현덕 기자의 LawStory]

법무부, 교정시설 내 음란도서 차단대책 이달 시행

우표 등 거래수단 차단 통해 수용자·업체 거래 막아

하지만 형집행법 개정 이뤄지기 전에는 차단 불가능

유해간행물 아니면 재소자의 구독신청 허용해야해

유해간행물은 어디서든 발견 때는 회수·폐기 가능

관련법 개정안 2건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 계류 중

지난 2021년 12월 13일 충남 홍성교도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법무부가 교정시설 내 음란도서 차단에 본격 착수했다. 반입 수단·경로를 막아 음란도서 유입 자체를 차단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현행법상 ‘유해간행물’로 판명되지 않는 이상 반입 자체를 막을 수 없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결국 음란도서 반입을 가능하게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을 개정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교정시설 음란도서 차단대책’을 수립해 이달부터 시행한다. 법무부는 우선 수용자·심부름 업체 사이 거래를 차단한다.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우표를 교정시설 밖으로 보내는 우편에 하나만 사서 붙이도록 한다. 법무부는 75개 심부름 업체가 수용자 부탁을 받고 음란물·담배 등을 교정시설로 보내고 있으며, 주로 우표로 수수료를 결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용자가 음란물 등 물품 가격 만큼 영치금으로 우표를 산 뒤 봉투에 담아 심부름 업체에 보내면, 업체는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구조다.

법무부는 또 심부름 업체가 수용자들을 영업하는 데 사용한 무료 전자서신을 유료화해 업체의 단체 홍보 메시지 발송 등에 제약을 가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 유관 기관의 협조를 얻어 행정조치도 취한다.

문제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출판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닌 이상 교정시설 내에 19세 이상 구독이 가능한 성인잡지의 반입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형집행법 제47조(신문 등의 구독)에 따르면 수용자는 신문, 잡지 또는 도서의 구독을 신청할 수 있다. 수량은 신문의 경우 3종 이내, 도서(잡지 포함)은 월 10권 이내다. 소장은 구독을 신청한 신문, 잡지, 도서 등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상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를 허가해야 한다. 같은 법 시행규칙 제22조(전달금품의 허가)에서는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무늬가 포함된 물품 △사행심을 조장하거나 심리적인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 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 반입을 금지하고 있으나, 그 범위는 유해간행물로 규정하고 있다.





출판법상 유해간행물은 3가지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면 부정·체제 전복 활동 고무, 선동해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칠 것 △살인, 폭력, 전쟁, 마약 등 반사회적 또는 반인륜적 행위를 과도하게 묘사하거나 조장해 인간의 존엄성과 건전한 사회질서를 뚜렷이 해치는 것과 함께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이 포함된다.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유해성 심의의 세부 기준)에서는 △남녀의 성기나 음모를 노골적으로 노출시키거나 성행위 및 성기 애무 장면을 극히 음란하게 묘사해 정상인의 성적 수치심을 현저하게 유발하는 것 △동물과의 성행위, 시신과의 성행위, 집단 성행위, 가학성·피학성 음란증 등 각종 변태적 행위와 근친상간 등을 흥미 위주로 극히 음란하게 묘사해 인간의 존엄성과 성윤리를 현저히 왜곡하는 것 강간 △윤간 등의 성범죄를 극히 음란하게 묘사해 선량한 성적 도의 관념에 어긋나는 것을 세부 기준으로 제시한다. 출판법 제25조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 군수·구청장 소속 관계 공무원이 유해간행물을 발견 시 수거·폐기하거나, 이를 배포자에게 명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교정시설 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유통이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중범죄자라 하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유해간행물이 아닌 이른바 ‘19금’ 도서·잡지를 반입해 읽을 수 있는 셈이다.

간행물의 유해성 심의에 관한 세부 심의 기준. 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는 실제 판결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대구고법은 2018년 5월 재소자 A씨가 경북의 한 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영치품 사용 불허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강간 등으로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교도소 측이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A씨의 ‘19금 잡지’ 구독을 받아주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성인이면 누구나 구독할 수 있고, 형집행법이 정한 유해간행물에도 해당하지 않아 다른 잡지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게 소송 이유였다. 또 A씨는 ‘잡지 교부신청 불허는 언론 출판의 자유 등에 의해 보장되는 알 권리나 소비자로서의 권리 등을 침해하고, 비례의 원칙에 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해당 잡지가 ‘여성의 나체 사진(단, 음모 노출은 없음)과 남녀 간의 성교 행위를 묘사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게제돼 있다’고 하면서도 출판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니라는 점은 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음란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교도소 내 질서 유지 등의 공익과 비교해 원고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며 “형집행법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할 잡지 등의 범위와 수량 외에 내용이나 종류 등을 법무부령에 위임한 바 없어 잡지(유해간행물 제외)의 내용이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은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교도소장은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는 잡지에 대해선 함부로 내용의 음란성을 이유로 수용자의 잡지 구독 신청을 불허할 수 다”고 봤다. 형집행법상 유해간행물이 아닌 만큼 재소자가 신청한 잡지 구독을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판부가 형집행법상 19금 잡지라도 유해간행물이 아니면 재소자가 반입·구독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해 준 셈이다. 법무부가 교정시설 음란도서 차단대책 시행과 함께 관련 법 개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이유다. 그러나 음란물 등 교정시설 반입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형집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여전히 ‘함흥차사’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1년 11월 23일 교정시설 수용자들에게 성범죄·음란·폭력·마약 등 중독성 있는 범죄가 과도하게 묘사된 간행물 구독 허가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형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해 3월 18일 성범죄 수용자의 교화를 위해 유해간행물로 지정되지 않은 신문·잡지·도서 등의 간행물 가운데 음란한 내용이 있는 간행물의 구독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는 내용의 형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두 개정안 모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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