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차관이 고급식당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 지출도 최소 22회 확인됐다. 법인카드로 결제한 식사비가 실제 음식값에 비해 적은 허위 증빙이 의심되는 내역도 있었다. 과기부가 내년도 자체 R&D(연구·개발) 예산을 1조 원가량 삭감해 과학계의 우려가 큰 가운데 본인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은 부적절하게 관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올해 8월까지 과기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급식당에서의 부적절한 지출이 이종호 장관 9회, 조성경 1차관이 13회로 조사됐다. 청탁금지법이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1인당 식사비용 3만 원 등의 가액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업무추진비 사용 장소로는 각종 코스요리·오마카세 식당, 고급 일식·한식당, 호텔, 백화점 등이 포함됐다.
허위 증빙이 의심되는 내역도 발견됐다. 이 장관의 업무추진비로 식사비를 결제한 고급 일식집 등은 지난해 기준 최소 음식 가격이 3만 원 이상이었지만 결제금액은 인원수와 최소 음식 가격 대비 적었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음식 가격이 3만 5000원인데, 장관 등 12명 참석으로 기재했지만 결제 금액은 34만 2000원에 그치는 식이다. 업무추진비 식대 규정, 청탁금지법상의 음식 대접 규정 등을 고려해 인원수를 부풀리거나 집행명세를 꾸미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논란에 휩싸였던 업무추진비 ‘반값 식사’ 의혹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장관이 해외출장을 간 시기지만 이 장관을 집행대상으로 포함한 국내 결제내역이 총 12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 9월 23일부터 10월 16일까지 루마니아로 출장을 갔지만 이 기간 동안 이 장관을 집행 대상으로 포함해 업무추진비를 총 216만 원 지출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청탁금지법 위반 조사와 관련해 허위문서를 제출한 공무원들에게 감사원의 징계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과기부가 내년도 R&D 예산을 올해보다 1조 2658억 원 삭감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무추진비를 부정 사용했다는 의혹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대비될 뿐더러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과학계 우려와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 중단과 생계를 걱정하는데 과기부 수장은 업무추진비를 흥청망청 쓰고 있다”며 “국민의 세금이 더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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