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진행중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년 새 신설된 ‘한국영화의 오늘’과 ‘온 스크린’ 등 다양한 섹션을 통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영화·드라마 시리즈를 다수 선보였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에 이어 행사도 늘어나면서 OTT의 존재감이 보다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OTT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중 5편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한국영화의 오늘’을 통해서는 이충현 감독, 전종서 주연의 ‘발레리나’와 한효주·조진웅 주연의 ‘독전 2’를 선보인다.
장르도 다양해졌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 처음으로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가 초청받았다. 인도네시아 시리즈 ‘시가렛 걸’도 상영된다. 한국을 제외한 넷플릭스 아시아 작품이 초청된 건 처음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 작품 위주로 영화제를 찾았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한국 작품의 수도 많아졌고 장르도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몸값’으로 ‘부국제 효과’를 누린 티빙은 올해에는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LTNS’, ‘러닝메이트’를 선보이며 국내 OTT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초청받았다. 웨이브는 배우 유승호·유수빈 주연의 ‘거래’를, 디즈니플러스는 남주혁·유지태·이준혁 주연의 ‘비질란테’를 공개했다.
국내 최고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OTT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지난해 243편에서 올해 209편으로 감소한 가운데 OTT 초청작 수도 같은 기간 12편에서 10편으로 다소 줄긴 했다.
하지만 영화제에서 기대작으로 꼽히는 작품들도 OTT 오리지널인 경우가 늘어났다. 대부분은 일반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됐다. 한 OTT 관계자는 “플랫폼 차원에서도 티켓을 구하려 일반 예매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영화 작업을 주로 진행했던 창작자들의 이름을 OTT 초청작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21년 영화 ‘인질’의 필감성 감독은 ‘운수 오진 날’로 첫 시리즈 연출을 맡았다. 영화 ‘기생충’의 공동 각본가 한진원 작가는 ‘러닝메이트’로 연출 데뷔에 나선다.
OTT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넷플릭스와 함께 신진 창작자를 위해 변화된 창작 생태계에 대한 공동 세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까워지는 데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OTT를 위시한) 뉴미디어 플랫폼과 협업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TT 플랫폼이 운영하는 영화제 팝업 행사를 통해서도 콘텐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팝업 카페 ‘넷플릭스 사랑방’을 설치해 관객들과 만났고, 웨이브는 ‘거래’의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 마케팅 트럭으로 전 부산 지역을 운행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던 기존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는 올해 글로벌 OTT 분야까지 범위를 넓혀 지난 8일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글로벌 OTT 어워즈’로 확대 개최됐다. 이날 하반기 디즈니플러스 화제작이었던 ‘무빙’이 최고 작품상인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을 포함해 6관왕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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