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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인 마구잡이 소환 국감, ‘호통 쇼’ 구태에서 벗어나야


국회가 10일 국정감사에 돌입한 가운데 대기업 대표 및 임원들을 마구잡이로 국감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한 10개 상임위에 증인으로 채택된 171명 가운데 기업인은 95명에 달한다. 상임위당 평균 9.5명의 증인을 채택한 셈이다. 아직 명단을 확정하지 않은 나머지 7개 상임위까지 감안하면 민간 기업의 증인 규모는 16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정부 부처와 공공 기관,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벌여 감시하는 본연의 업무를 외면한 채 민간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 면박 주기, 벌세우기 등으로 일관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가 지난해 9시간 넘게 국감장에서 대기했지만 발언 시간이 고작 3분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 증인 중 70% 이상이 국감 현장에서 발언하는 시간이 5분이 채 되지 않을 정도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인 증인을 상대로 호통을 치고 훈계하는 모습을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치적 쇼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올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가 삼성과 SK·현대차 임원을 소환한 것도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납부를 압박하기 위한 행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어민의 반발을 우려해 만든 기금에 대기업들의 출연 실적이 저조하자 국감 때마다 기업 압박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국회가 정부조직법에 따른 국가·공공 기관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벌이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할 때다. 물론 국정 운영과 관련된 기업 관계자를 소환해 질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다수의 기업인들을 불러 핀잔을 주고 흠집을 내는 잘못된 관행과 구태가 더 이상 반복되면 안 된다. 일부 의원들은 당초 요구한 증인 명단에서 특정 기업인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후원금 지원 등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그 같은 유혹에서 벗어날 때다. ‘호통 쇼’ 구태에서 벗어나고 무분별한 민간 기업인 소환을 막으려면 유명무실화된 ‘국정감사 증인 신청 실명제’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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