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0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은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가까스로 2%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저성장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8%에서 2.1%로 상향했고 내년도 전망도 1.0%에서 1.5%로 높였다. IMF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국가는 독일·이탈리아·스페인·영국·러시아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 국가들과 부채 위기에 빠진 중국 등 몇 나라에 불과하다.
주요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올려 잡았다. 특히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2.0%로 크게 높이고 내년 성장률 전망을 1.0%로 유지했다. 올해 한국의 성장세가 일본에 뒤처질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비록 내년에는 우리 성장률이 일본을 다시 앞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역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일본은 유례없는 엔저와 저금리, 막대한 재정지출을 바탕으로 경제 활력을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반면 우리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재정 악화로 정부의 운신 폭마저 쪼그라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IMF가 지난해 10월 내년도 우리나라 성장률을 2.7%로 잡았다가 이후 수차례 하향 조정해 2.2%까지 끌어내린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성장률 2%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 자칫 내년에도 일본에 추월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까지 계속될 경우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던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으면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미국·일본·신흥국과 달리 우리만 저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은 대외 여건의 악화보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으로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려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서 벗어나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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