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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소송 연발에 美상의 "리나칸, 대통령 행정명령 위반"

상공회의소 임원 보고서서 지적

고액소송전 기업과 원만해결 유도

합의노력 강조 행정명령 불구하고

"칸 FTC 위원장 기업의사 묵살해"

아마존·MS·메타 등 소송 직행으로

"비용·시간 부담에 기업·경제 손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AP연합뉴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올 들어 네 번째 소송을 걸어 화제가 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리나 칸 위원장에 대해 현지 최대 경제단체인 상공회의소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며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아마존은 물론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구 페이스북) 등 반독점 소송 위기에 몰렸던 대기업들이 행정명령에 규정된 대화를 통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이를 거부한 채 소송을 고수해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원만한 해결 노력’ 행정명령 불구…"합의 의사 거부"


11일 미 상공회의소(이하 상의)에 따르면 션 헤더 독점금지 담당 수석부사장은 최근 ‘FTC와 법무부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위반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FTC와 법무부는 구글과 아마존, MS, 메타, 일루미나 등이 제안한 합의와 중재는 무시하고 소송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FTC는 아마존이 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며 지난달 26일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마존이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눈에 잘 띄게 제품을 배치해주는 대가로 판매자에게 자사 물류 프로그램과 광고 서비스를 쓰도록 강요하고, 경쟁 사이트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션 헤더 수석부사장이 지적한 것은 소송 전 거쳐야 할 당사자 간의 합의 노력 여부다. 1996년 민사 사법개혁법(Civil justice reform)에 신설된 대통령 권한의 행정명령은 정부로 하여금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소송에 이르기 전 당사 기업과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합의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소송 해결을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행정명령으로 명시돼 있지만, FTC는 아마존을 포함해 수많은 기업의 합의 의사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의 아마존 간판/AFP연합뉴스




상의 “아마존·MS·메타 등 합의 절차 없이 소송 직행”


상의에 따르면 MS는 690억 달러 규모 액티비전 인수에 대해 FTC 측에 ‘소송 없이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FTC는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했다가 지난 7월 패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뉴욕타임즈는 “소송을 무기로 사용하는 칸 위원장이 행정력을 낭비하는 등 치명상을 입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FTC가 독점이 우려된다며 메타의 가상현실(VR) 기업 ‘위딘 언리미티드(Within Unlimited)’ 인수를 막아 달라며 낸 인수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칸 위원장은 메타에 합의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은 데다 소송에 반대하는 내부 직원의 권고를 무시하고 소송을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블룸버그는 “칸 위원장이 메타 소송에 반대한 내부 직원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전자 분석업체 일루미나(Illumina)의 암 진단 업체 그레일 인수, 제약회사 암젠(Amgen)의 호라이즌 인수를 막기 위한 FTC의 반독점 소송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션 헤더 부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수년이 걸리는 반독점 소송은 수천만 달러의 법률 비용, 막대한 생산성 손실 등 기업과 정부, 미국 경제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칸 위원장은 ‘아마존 킬러’로 불릴 만큼 빅테크 기업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2017년 로스쿨 졸업논문 제목도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었다.

수년 걸리는 소송에 비용, 기업·경제 손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IT 기업 단속을 강조하며 칸 위원장을 비롯해 강경 인사들을 FTC와 법무부 등에 기용했다. 이 중 칸 위원장은 잇따른 패소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만, 이런 조치가 미국 기업들의 사업 전개를 위축시키고,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계속되는 패소에도 FTC가 소송을 이어가는 이유를 ‘하나의 전략’으로 분석한다. 기업이 오랜 시간 이어지는 소송 피로와 비용 등 부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대형 인수합병이나 사업을 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현지 반독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실제로 미국에서 지난 2년간 합병 전 신고 건수는 크게 줄었고, FTC나 법무부는 이 같은 억제 효과를 (승소 못지않은) 큰 성공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칸 위원장을 향한 기업들의 불만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부담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민주당 후원자들은 (자신들의 후원 지위를 내세워)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선할 경우 칸을 해고해야 한다”고 로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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