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600여명의 탈북민을 강제 북송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야가 한 목소리로 정부에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선 여야간 격론이 벌어졌다. 여당은 북한의 핵 위협 속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합의라며 효력 정지까지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추가 도발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맞섰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중국이 탈북민들을 강제 북송했다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북한인권 단체 북한정의연대는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인 9일 랴오닝성 등에 억류된 탈북민 600여 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관련 의혹을 언급하며 “사실이라면 외교부·통일부 장관이 국민들한테 사과해야 한다”며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치욕의 날”이라고 질타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대한민국 정부는 뭐 하고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아시안 게임 직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사실관계를 우선 정확하게 확인해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9·19합의에선 여야간 입장이 엇갈렸다. 여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거론하며 ‘지상과 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의 9·19 군사합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대한 감시정찰 자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기습 공격을) 막았을 것”이라며 “지금 9·19 합의로는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도발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박 의원은 “합의 뒤 접경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과 오판에 의한 위험성은 감소했다”며 “명백히 중대한 도발이 없는 가운데 한국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중지 또는 폐지하겠다는 것은 북한에 또 다른 도발의 명분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9·19 군사합의에 대해 “우리의 정찰자산 운용을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 들어 있다”면서도 “(효력 정지 문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아주 신중하게, 충분히 논의돼야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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