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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박 260만원 호텔방서 잔 공기업 사장, 공공 개혁 속도 내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 기관의 불법·방만 경영 실태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의 ‘공공 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채희봉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해외 출장 때 1박에 260만 원짜리 호텔 방을 이용했다. 지난해 3박 5일의 런던 출장에서 3박 모두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랜드마크 호텔인 ‘샹그릴라 더 샤드’의 스위트룸에서 묵었다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는 에너지 대란 등으로 가스공사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던 시기다. 이에 더해 가스공사는 임원의 해외 출장 시 숙박비를 무제한으로 지급하는 ‘여비 규정’을 두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매년 수조 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도 임원 출장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지는 않는다.

공공 기관의 예산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공무원도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모 사무관은 산하기관인 지역난방공사에서 파견된 직원에게 식사비 등 3800만 원을 공사 법인 카드로 대신 결제하게 했고 그의 상관인 과장도 부서 회식비 1200만 원을 공사에 떠넘겼다. 사무관·과장의 갑질이 이 정도이니 국·실장들의 행태는 어느 정도였을까 짐작조차 어렵다. 중앙정부 부처의 공무원이 산하기관에 식사비 등을 대신 결제하게 하는 구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밖에 공공 기관이 간부에게 사택을 반값에 팔아넘기거나 직원 전원에게 노트북을 나눠주는 등 회사와 직원이 한통속이 돼 혈세를 빨아먹은 사실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감사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가 손 놓았던 공공 기관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공공 기관에 대한 정부 순지원액은 매년 늘어 지난해 100조 원을 돌파했지만 공공 기관 부채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169조 원이나 증가했다. 공공 기관이 이 지경이 된 데는 탈원전 등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탓도 크지만 주인 없는 기관의 고질병인 노사 담합에 따른 방만 경영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특히 관료 사회와 공공 기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 정부는 노조의 반발 등에 밀려 개혁에 실패한 과거 정부와 달리 뚝심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공공 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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