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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절반이 1년도 못 채우고 퇴사…'주4일제' 도입 6개월만에 생긴 일

연세의료원, '주4일제' 근무 시범사업 중간평가 공개

상반기 시범사업 참여 병동, 간호사 사직률 0% 기록

참여 간호사 행복도·일과 삶의 균형 등 지표 대폭 향상

이미지투데이




"딱 하루 차이인데, 긴장도 있는 하루가 쉬는 날로 바뀌니까 훨씬 릴렉스 되는 시간이 늘고 편안하게 느껴요. " (간호사 H씨)

"알람 맞추고 깨는 순간부터 또 시작이라는 생각에 싫었거든요. 이젠 출근할 때 크게 스트레스가 없고 부담감도 덜 해요. " (간호사 B씨)

의료계 최초로 주 4일제 근무 시범사업을 단행한 세브란스병원에서 간호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크게 오르고, 이직 의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간호사 절반이 1년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높았던 사직률도 변화의 조짐을 나타냈다.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과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11일 연세의료원 ABMRC 유일한홀에서 '주 4일제 시범사업 연구결과 중간보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8월 노사 합의를 통해 의료계 최초로 주4일제 도입의 첫 발을 뗐다. 올해 1월부터 강남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에서 간호사 30명이 참여하는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병원 내 근무인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 불규칙한 3교대 근무와 고강도 업무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3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이 깨어지고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게 한다. 육아 등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보니 삶의 질 저하, 직무 부적응을 호소하다 퇴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병원 간호사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지는 추세다.

실제 대한간호협회가 최근 5년간 '병원 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에 채용된 신규간호사 중 1년 이내 관두는 비율은 52.8%에 달했다. 전체 간호사의 평균 근무연수도 일반 직장인의 절반 수준인 7년 8개월에 그쳤다. 연세의료원이 주4일제 시범사업안이 담긴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 데도 간호사들의 근속연수를 높이려는 고민이 깔려있었다. 물론 노사 합의를 도출하고도 시범사업에 돌입하기까지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대상 선정 기준부터 부서 선정, 시범사업 기간, 휴직 또는 병가 발생 시 인원 선발, 인력추가 대상 등 세세하게 신경 쓸 일이 끊임없이 나왔다"며 "입사 후 3년이면 반 이상이 병원을 떠나고 그 후 몇해 안에 남은 반의 반이 떠난다. (주4일제는) 절반한 도전이자 시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3개 병동에서 각각 5명씩 총 15명의 간호사가 참여한 시범사업 중간 평가 결과다. 조사 결과 상반기 주 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행복도(100점 만점)는 참여 전후로 53점에서 71점으로 18점 올랐다. 일과 삶의 균형 점수는 37점에서 62점으로 무려 25점 상승했다. 퇴근 후 체력 저하 업무 스트레스 업무 피로도 등 간호사 사직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번아웃 지표들도 일제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2.8점 상승) 문제도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됐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전 시행한 조사는 물론, 주4일제에 참여하지 않는 병동 간호사(대조군)들과 비교해도 편차가 컸던 것으로 확인된다.

작지만 현장 변화의 기미도 엿보인다. 조직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병동 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환자 응대 및 간호 서비스 질이 향상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면접조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사직 욕구가 확 떨어졌다"거나 "고객의 소리에 칭찬이 확연하게 늘었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주4일제를 하고 보니 취미, 운동, 여행 등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은 물론 자기계발이 가능하고 심리적, 육체적 건강이 개선되면서 환자 응대 및 간호 서비스 질이 향상되는 부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의 효과로 단정짓긴 이를지 모르나 주 4일제를 시행 중인 병동의 사직률은 0%로 떨어졌다.

연세의료원은 하반기부터 구성원을 바꿔 주4일제 시범사업을 지속 중이다. 내년에는 2개 병동을 추가해 참여 규모를 총 40명으로 확대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병원 측 추산에 따르면 전체 간호사 6000명이 주 4일제로 전환할 경우 연간 440억 원 안팎 재원이 소요된다. 연세의료원은 노사간 협의를 통해 시범사업 기간 병원 측 보조로 주4일제 근무 참여자의 임금을 10%만 줄인 상태다. 병원이 주4일제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 쉽지 않다. 실제 해외에서도 하루 6시간 근무 등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던 병원이 이익보다 인건비 증가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전면 도입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같은 현실을 고려해 절충안을 도입했다. 2020년 7월부터 전통적 3교대 근무 외에 △'데이-이브닝-나이트' 중 1가지 듀티 고정 근무 △2가지 듀티 번갈아 근무 △12시간씩 2교대 등 7개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간호사들에게 전통적 3교대 근무까지 총 8가지 유형 중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하게 한 결과, 6개월만에 기존 3교대 근무자 비중은 1%대로 줄어든 반면 야간이 없는 고정 근무는 약 30%, 야간 전담이나 12시간 2교대만 하는 비율은 50%로 늘었다. 근무 만족도가 2배 가까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낮아지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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