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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 클린스만호서도 '황태자' 될까[서재원의 축덕축톡]

■황선홍호 '아시안게임 득점왕'

6년 전 뮌헨 입단했지만 주로 2군

포기않고 수비가담 등 적극 표출

이적통해 기회 잡고 AG서 빛 발해

오늘 튀니지와 평가전 활약도 기대

정우영(가운데)이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정우영이 9일 A대표팀 훈련에 입소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축구협회


김민재(27)보다 먼저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었던 소년이 한국 축구의 영웅이 돼 돌아왔다. 최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8골)에 오르며 대회 남자 축구 역사상 최초의 3연패 달성에 앞장선 정우영(24·독일 슈투트가르트)은 황선홍호를 넘어 클린스만호의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12세 이하(U-12) 팀에 합류한 정우영은 인천의 유스 시스템을 차례로 밟으며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됐음에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선수였는데 대건고 3학년이던 2017년에 뮌헨 유스팀으로 이적을 발표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럽 진출의 꿈을 안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 몇몇 구단을 돌며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유럽에서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뮌헨 2군 소속으로 독일 4부 리그 경기부터 시작해야 했다. 2018년 11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9분에 불과했다. 약 3개월 뒤 분데스리가 데뷔전도 5분이 전부였다.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뮌헨에서 1군 스쿼드에 포함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우영은 포기를 몰랐다. 꾸준한 출전을 위해 2019~2020 시즌을 앞두고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한 그는 또다시 2군에서 힘든 시간을 버티며 때를 기다렸다. 결국 두 번째 시즌인 2020~2021 시즌 초반 독일축구협회(DFP) 포칼 1라운드에서 주어진 풀타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엄청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끝에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점차 입지를 넓혀가 주전으로 도약한 정우영은 지난 시즌까지 프라이부르크 소속으로 100경기에서 11골 5도움을 기록한 뒤 올 시즌 슈투트가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이렇듯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정우영의 성장 원동력이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8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오른 것도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뒤에서 동료들이 믿어준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훈련장에서 더 많이 시도하다 보니 감각이 올라오게 됐다”고 말한 정우영은 1990년 베이징의 서정원, 1994년 히로시마의 황선홍,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의 황의조에 이은 한국인 역대 네 번째 득점왕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 프라이부르크에서 리그 26경기에 출전해 1골만을 기록했던 선수라기에는 믿을 수 없는 성장이다.

이제 정우영의 시선은 A대표팀으로 향한다.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올해 3월에만 소집됐던 정우영은 아시안게임 활약을 통해 약 7개월 만에 A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6경기에서 5골에 그치며 답답한 공격력을 보여줬던 클린스만호에 그가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득점왕까지 했는데 좋은 흐름과 모습을 A대표팀에서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기대했다.

물론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과 2선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정우영도 “아시안게임은 끝났고 대표팀에서는 또 경쟁해야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0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을 치른 뒤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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