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00억대 재산이 있다는 손녀의 '돈 자랑'에 70대 퇴직 간부의 부정 축재 사실이 들통나 당적이 박탈되고 재산을 몰수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11일(현지시간) 중국신문망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광둥성 선전시 기율위원회·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전날 선전시 교통국 화물운수관리분국의 전 분국장 중겅츠의 당적을 박탈하는 한편 그의 불법 소득을 몰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정 축재 등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해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 퇴직한 중겅츠가 은퇴 16년 만에 부정 축재로 처벌받게 된 것은 그의 손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안의 부를 과시하는 글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손녀는 지난 3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북극 메기'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려 그의 가족 7명이 호주에 이민한 사실을 알린 뒤 "우리 집의 막대한 재산은 많은 중국인이 제공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중국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집 재산 규모가 아홉 자릿수(1억 위안·약 184억원)라는 것"이라며 "가고 싶은 나라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도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그녀는 "살찐 돼지는 개숫물만 먹는다"고 맞받아친 뒤 "나를 욕하는 사람이 1년 동안 번 돈을 나는 하루 만에 다 써버린다. 집안에 청장급 이상 간부가 없는 사람은 나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응수했다.
아울러 손녀는 자기 할아버지 사진을 올린 뒤 "횡령한 것 같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같은 글에 공분이 쏟아졌고, 누리꾼들은 그가 중겅츠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중겅츠는 즉각 "퇴직할 때까지 성실하게 일했는데 손녀의 철부지 행동 때문에 망연자실하다"며 "상부에 해명했고,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속했던 조직의 명예와 손녀의 학업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중겅츠의 해명에도 논란이 더욱 커지자 선전시 교통국은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6개월 뒤인 지난달 "정보 공개 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당국이 중겅츠의 비리를 비호한다'는 비판 여론이 더욱 확산했다.
관영 매체 중국신문망이 누리꾼들을 상대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만3000여명 가운데 93%가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관영 매체들 역시 "성난 민심을 진정시키고, 대중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의 압력에 밀려 조사에 나선 기율감찰위는 중겅츠의 부정 축재 사실을 확인하고 처벌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평론을 내고 "'북극 메기' 사건에 대한 당국의 조치는 부패 분자는 퇴직 이후에도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없으며, 부패의 꼬리는 언젠가는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북극 메기'가 신중하지 못해 부패 척결의 공을 세워 할아버지를 끌어 내렸다"며 "메기 한 마리가 큰 물고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는데 북극 메기는 후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손녀의 '철없는' 행동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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