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8월과 동일한 상승 폭을 보였다. 올해 두 차례 통화정책 회의를 남겨두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간) 지난달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7%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수치와 동일하지만 예상치(3.6%)를 소폭 웃도는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라 역시 예상치인 0.3%를 조금 넘었고 8월(0.6%)보다는 상승 폭이 줄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1% 상승해 예상치와 부합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하지 않은 데 더해 물가 상승 압박 요인도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근원 CPI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고차 가격이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으로 최근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갈등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원유) 공급 충격이 가해지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잇따르고 인플레이션 하락세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연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4.8%를 넘어서며 기준금리 동결론의 주요 근거가 돼 왔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로이터통신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금리가 더 떨어져 연말에는 연 4.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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