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 개혁을 하면 잠재성장률이 2% 이상으로 올라간다”면서 “선택은 정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구조 개혁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을 주문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0년 전 3.2%에서 2021~2022년 2%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은이 다음 달 중 2년 만에 발표할 예정인 2023~2024년 잠재성장률은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1%대로 조정됐을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는 2% 성장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중장기적 저성장 구조에 갇혀버렸음을 의미한다. 이대로라면 0%대 진입도 시간문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3년 0%대, 2047년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저성장을 필연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총재는 인구 감소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일반적 전망에 대해 “소극적인 견해”라며 구조 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2%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경쟁을 촉진하고 노동시장 구조와 생산성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2%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이 총재는 “사업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이자 비용보다 노동시장 문제를 꼽는다”며 노동 등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락하는 성장률을 반등시켜 장기 저성장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완수하고 규제를 혁파해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춰야 한다. 9월 신규 취업자 수가 30만 명 넘게 늘어난 와중에도 청년 취업이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는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줄어든 현실은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의 취약성과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해법이 명확한데도 정치권은 이념에 얽매이고 이해 당사자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개혁을 지체하다가는 성장의 불씨가 아예 꺼져버릴 수 있다. 구조적 저성장을 돈 풀기 등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뚝심 있게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국가의 미래 생존이 달린 개혁을 조속히 실행하고 규제의 사슬을 혁파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