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투명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한다. 또 아파트의 층과 향, 조망 등 가격결정 요인에 대해 등급체계를 마련하고 층·향별 등급은 내년 상반기에 우선 공개한다. 같은 아파트라도 저층과 고층은 많게는 억 단위로 가격이 달라지는데 이에 따른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등급화한 뒤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열린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정부는 국민 요구에 따라 공시제도 개선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우선 앞으로 광역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가 설치돼 정부가 수행하는 부동산 가격 산정 과정 전반을 지자체가 상시 검증하게 된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표준지(토지)는 감정평가사가 조사·산정을 맡는다. 개별 단독주택과 개별 토지 공시가격은 표준주택 ·표준지 가격을 토대로 지자체가 산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는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아예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시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검증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정부는 올해 서울시와 협업해 공시가격 검증센터 운영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고, 내년에는 2∼3개 시·도로 확산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이 공정한지 판단하는 '선수'와 '심판'도 분리한다. 현재는 부동산원이 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고, 검증 업무도 함께하는 사실상 '셀프 검증' 체계로 운영된다. 정부는 지자체 공시가격 검증센터에 이의 신청에 대한 1차 검토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도록 절차를 바꾸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는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한다. 그 동안 로열층(통상 중간층)을 기준으로 층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 '층별효용비'가 세대 별로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민 관심사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부터 먼저 공개한다. 조망(도시·숲·강·기타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또 내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조사자 실명,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를 도입해 책임 있는 가격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부동산 소유자가 이의 신청을 한 경우에는 시세 관련 정보 등 보다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제공한다.
공시가격 산정 때 이용하는 기초 자료도 보강한다. 정부는 지자체가 직접 주택의 층, 면적, 구조 등 물리적 특성의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인력을 늘린다. 지난해 기준 520명인 산정 인력을 올해는 650명으로 25% 늘리고 2025년까지 690명으로 33% 확대한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산정모형(AVM·Automated Valuation Model) 등 인공지능(AI) 분석을 공시가격 산정 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개선방안을 통하여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한층 더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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