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을 앞두고 보도된 이른바 '최재경 녹취록' 속 대화 상대방이 비슷한 시기 JTBC의 '윤석열 커피' 의혹 보도에도 주요 취재원으로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 씨의 사촌 형 이철수 씨로, 보도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만나 의혹 제기 방향을 조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 역시 일련의 '허위 보도'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민주당과의 공모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등의 압수수색 영장에 2021년 12월21일 이씨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그의 보좌관 최모씨와 만나 대화한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당시 이씨가 "윤석열 후보 개인이 조우형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쟁점으로 포인트를 잡아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상급자였던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장 등의 법조비리 문제가 있었는데 그 상급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당시는 민주당이 대선후보이던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격 논리로 같은 해 10월 불거진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부각하던 시기다.
김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윤석열 은폐수사 및 50억클럽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구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위)는 윤 대통령의 부실 수사가 대장동 일당의 종잣돈으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 본인도 그해 10월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이 주임 검사로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토건 세력은 공중분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조씨의 사촌인 이씨가 김 의원을 만나 '프레임 전환'을 건의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 번 만들어볼게요"라고 반응했다고 검찰은 영장에 적었다.
결과적으로 이씨의 제안은 민주당의 반격 논리로 활용되지는 않았다.
대신 이씨는 약 두 달이 지나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이른바 '윤석열 커피' 프레임 보도가 나오는 과정에 취재원으로 등장한다.
이씨는 지난해 2월28일 JTBC 봉지욱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대검 첫 조사를 마친 조씨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애가 완전히 거의 뭐 패닉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조사는 분위기가 달랐다며 "그냥 나왔다고 그래서 내가 놀라 '어떻게 된 거냐' 이랬더니만 '누구 소개로 박영수라는 변호사를 썼는데, 전관을 썼는데 그냥 수사를 안 하게 됐다고. 조사를 안 하기로 했다고'. 그래서 내가 '야, 그거 잘했다"라고 조씨의 말을 전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2월21일 봉 기자가 보도한 이른바 '윤석열 커피' 기사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이어 하루 뒤인 3월1일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의 보도에서는 '최재경 녹취'의 대화 상대방으로 등장한다.
이 녹취록은 사실 앞선 이씨와 김 의원, 최씨의 면담 내용으로, 보좌관 최씨의 발언이 마치 최 전 중수부장의 발언처럼 둔갑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은 두 보도가 나오기 전 민주당 특위 인사들이 이씨의 연락처나 해당 녹취록을 해당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위 상황실장이었던 최씨로부터 녹취록을 받은 특위 조사팀장 김모씨가 봉 기자에게 이를 이씨 연락처와 함께 넘겼고, 대선이 임박하자 최씨와 김씨가 허 기자에게도 녹취록을 넘겼다는 것이다.
관련 보도를 전후로 김씨는 SNS에서 기사를 공유하는 등 의혹 확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21일 봉 기자의 보도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2021년 11월 윤석열 '조씨에 대해 누가 내게 보고했나? 조씨는 은행 내부 돈 심부름한 사람. 기소 대상 아냐' 발언 거짓 드러나 파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출브로커 조우형에게 믹스커피까지 타 주면서 직접 조사했다는 피의자신문조서도 나왔다", "윤석열 거짓말이냐? 검증할 사이버수사대라도 만들어야 하나요?"라고 적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 역시 직접 의견을 개진하고 핵심 취재원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의혹의 확산 과정에 개입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 11일 압수수색 대상에도 이씨가 포함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당시 특위를 이끌었던 김 의원으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갈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김 의원이 적시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최씨가) 모시고 있다고 해서 임의로 기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씨 등과) 만난 것은 맞으나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녹취록 자체를 전혀 모른다"는, 최씨는 "허 기자를 알지 못하고 공모한 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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