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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에 '현역의원 물갈이' 경고장…호남 19%·TK 24%만 "재선 지지"

[서울경제·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

■극한 정쟁에 돌아선 민심

본지-갤럽 정례조사서 재선 지지 최저

전국 51% "지역구 의원 안뽑겠다"

현역의원 재선 지지는 26.9% 그쳐

총선 승부처 수도권도 '위기론 심화'

서울 50%·인천경기 48% "현역 교체"





6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교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임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26.9%에 불과했다. 여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과 대구·경북(TK) 지역에서조차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물갈이 의견이 절반 이상의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현역 의원들이 당내 계파 다툼과 여야 간 정쟁에 몰두해 지역 유권자들의 현안 사업과 민생 해소 문제를 국회에서 풀어내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의 표출로 풀이된다. 극한 정쟁으로 정치력을 실종시킨 현역 금배지들에 대한 ‘물갈이 경고장’인 셈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3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속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51.6%가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현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면 좋겠다’는 응답은 26.9%에 그쳤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 지지 의향은 1차 정례 조사였던 6월 28.6%, 2차 조사인 8월 30.3%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이번 조사에서 최저치를 찍었다.

특히 여야의 텃밭 지역에서 현역 재선 지지 의견이 크게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전라에서는 현역 의원 재선을 지지하는 비율이 19%로 지난 1·2차 조사에서 각각 25.3%, 24.7%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5%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국민의힘 기반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도 현역 의원 유지론이 24.1%로 1·2차 조사(27.2%, 36.4%)보다 내려갔다. 반면 교체론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율은 광주·전라 56.5%, 대구·경북 53.3%로 절반을 넘겼다.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 역시 교체론이 55.3%로 유지론(27.7%)의 2배에 달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현역 의원 물갈이 여론이 우세했다. 서울과 인천·경기 지역에서의 재선 지지 의견은 각각 32%, 28.1%로 저조했다. 지역구 의원 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이 서울 50.1%, 인천·경기 48%로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간 지대로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대전·세종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현재 의원의 재선을 희망하는 비율은 24.3%에 그친 반면 새로운 인물의 당선을 바라는 비율은 55%로 높았다.

이처럼 물갈이 여론이 거세지는 것은 여야 모두 당권을 둘러싼 내홍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민심의 견제구로 해석된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계,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계가 당 주도권을 휘두르며 계파 갈등이 분출해왔다. 여기에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당에서는 ‘친윤 낙하산 공천’, 야당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한 물갈이 여론은 현역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강한 불신이 나타난 결과”라며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만, 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보이고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행동 부대로 전락한 듯한 모습에 유권자들이 실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도 3선 이상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 혹은 차출론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패배한 뒤 영남권 중진들이 험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새어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지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서울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민주당도 덩달아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초·재선 의원들과 친명계 위주로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 평론가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서는 여야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호남·영남 등 ‘개혁 공천’을 요구하는 압박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어느 정당 후보에 투표하겠냐’는 질문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가 32.8%,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자가 42%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33.9%에 비해 민주당이 38.1%로 앞서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추이가 재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2.3%로 30%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는 모습이다.

이번 서울경제·한국갤럽 3차 정기 여론조사는 이달 12~13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0.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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