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문재인 정부의 재개발 정책인 공공재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후보지 12곳에서 임의단체인 주민봉사단을 만들어 3년 간 18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6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시 내 LH 공공재개발 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LH는 2021년부터 천호A1-1구역과 거여새마을구역, 숭인동1169구역 등에 18억 4591만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공공재개발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던 사업으로 주민의 10%만 동의하면 후보지 공모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설1·봉천13·전농9·거여새마을구역 등이 최근 사업시행자를 지정했지만 사업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LH 서울지역본부는 지지부진한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2021년부터 후보지 12곳에 LH에 호의적인 주민들로 구성된 임의단체인 '주민봉사단'을 구성하고 이들과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맺어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대표적으로 △천호A1-1구역 2억9200만 원(2021년 9월부터 2023년 9월, 27회) △거여새마을구역 2억1000만 원(2021년 9월~2023년 3월) △숭인동1169구역 2억2472만 원(2022년 4월~2023년 8월) 등이다. 가장 많은 대여금이 지급된 상계3구역의 경우 주민 동의서 징구 실적이 LH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주민봉사단에 총 7300만 원 규모의 외부 용역 계약비가 추가 지급되기도 했다. 12곳에 지원된 총액은 18억 4591만 원에 달한다.
이같은 지원금은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다른 주민들이 함께 갚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H와 주민봉사단이 체결한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재개발이 추진될 경우 대여금은 사업비로 전환된다'는 조항이 있어 재개발이 정상 추진돼 조합이 설립되면 소수의 주민봉사단이 LH로부터 지원받은 수억 원의 지원금에 3.5~4%의 이자까지 더해져 재개발 사업비로 전환된다. 반면 공공 재개발 사업이 무산되면 LH는 대여금을 회수하기 어렵다. 주민봉사단 임원이 연대보증을 했지만 보증인의 귀책사유로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에만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달려 있어서다.
특히 LH는 주민봉사단에 대여금을 지원하는 것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알고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의원실에 제출한 법무법인의 자문서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2조 및 제137조에 따라 주민대표회의 승인 없이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이나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한 준비 업무를 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주민봉사단이 향후 주민대표회의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유경준 의원은 "공공재개발은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낸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며 "LH 서울지역본부는 수억 원씩 현금을 살포해 주민 갈라치기를 멈추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H는 이에 대해 “주민봉사단은 서울시 지침에 따라 필수로 구성되어야 하는 만큼 자체적인 지원금 대여 및 회수 기준을 수립해 시행중”이라며 “사업 불가로 약정 해제 시 기 제출비용에 대한 책임 의무는 귀책사유에 따라 부담주체를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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