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를 향해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요구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국정기조 전반을 비판하면서 지난 1년 반 동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새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이상 내년 총선 승리는 난망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며 “(내년 4·10총선까지) 주어진 180일이면 어떤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시작은 윤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연동된 선거였다고 언급하며 17.15%포인트 차이로 지고도 윤 대통령에 국정운영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지 않는 여당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당이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두렵느냐”며 “공천권만 바라보는 구태정치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여당의 경직된 풍토가 결국 윤 대통령에게서 비롯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채상병 사망사고, 홍범도 장군 흉상이전 논란 등을 언급하며 “민생보다는 이념을 추종하고, 정책보다는 정당 장악에 몰두했던 모습이 낳은 모순으로부터 벗어 던지자”며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이란 ‘공산전체주의와 같은 허수아비와 싸우면서 이런 문제들을 내버려두지 말라’는 강력한 주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여당의 묵언수행의 저주를 결자해지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흔히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는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며 “하지만 대통령께선 더는 검사가 아니다. 집권 이후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뀐 척 해봐야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 해달라”고 했다. 이것이 윤 대통령 집무실에 놓인 팻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뒤 이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을 데려오지 않고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금의 정책 기조와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 기자회견에 대한 여당 내 반응은 엇갈렸다. 앙숙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제명을 막고 탈당할 명분을 찾는 악마의 눈물”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이 있기 40분 전 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의 제명을 당 윤리위원회에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안 의원을 향해 “나는 아픈 사람 상대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시의적절하다”면서도 “우리당에는 옳은 말을 호응해주는 풍토보다 우리끼리라는 잘못된 기득권 카르텔이 너무 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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