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관련 뉴스를 보니 올해 국가공무원 정원을 정부 부처별로 증감시켜 모두 2607명 줄인다고 한다. 그런데 교육부 정원은 무려 2872명이나 감축할 예정이다.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였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다. 정부는 그만큼 교원 정원도 지난해부터 수천 명씩 줄이고 있다. 얼핏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현재 우리 교실이 아이들 교육을 잘하기 위해 교사가 충분히 있다는 전제, 즉 한 학급에 학생이 적정 수일 때 온당하다.
그렇다면 학급당 적정 학생 수는 몇 명일까. 교총 설문 조사에 응답한 현장 교원들은 수업·생활지도·상담·평가 등에 충실하려면 20명 이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5명의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며 책을 냈었는데 시간은 부족해도 한 명씩 다 봐주고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정말 보람 있었어요.”
“학급 학생이 적정 수로 줄어드니까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개인차 학습도 하고 상담도 수시로 하고요. 20명이 넘을 때는 어떤 학생과 하루에 한마디도 못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교실을 만나기 어렵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초중고 학급 중 21명 이상 과밀학급이 75%에 달한다. 26명 이상도 초 27%, 중 59%, 고 37%나 된다.
예전에는 50~60명이었다고 ‘라떼 화법’을 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화 시대가 아니다. 고교학점제 등 학생 한 명, 한 명의 관심, 진로에 따른 개별화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학교폭력·우울 등 부적응?위기 학생과의 교감과 살핌이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 이는 20명 이상 과밀학급에서는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우리는 20명 이상 학급의 한계를 분명히 겪었다. 학급당 15명 내외인 과학고는 대면 수업을 이어간 반면 20명 이상의 일반 학교는 거리 두기가 불가능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다. 줌으로 수업한 많은 교사들은 20명 이상은 학습은커녕 소통 자체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학생이 준다고 교사를 줄여야 할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명 이상 과밀학급이 75%인 현실에는 눈 감고, 학생이 주니까 당장 교사를 줄인다면 내 아이의 개별화 교육, 위기·부적응 지원, 감염병 예방은 멀어진다. 학생 수 감소를 교원 감축이 아닌 아이들을 위해 20명 이하 교실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 구절을 곱씹어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더 자세히, 더 오래 볼 수 있는 그런 교실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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