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가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감사 결과를 보니 최소 61건에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그래서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아내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올 4월 “법인카드 사적 유용 건수가 수십 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8월에는 경기도청 비서실 공무원 A 씨가 ‘이재명 전 지사가 공금 유용을 지시하고 묵인했다’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했다.
김 지사가 민주당 소속임에도 당 대표 배우자의 법인카드 의혹과 수사 의뢰 사실까지 공개한 것은 관련 혐의가 덮고 넘어갈 수 없을 만큼 중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씨의 법인카드 의혹을 공익 신고받은 권익위도 이 대표가 이를 알고도 묵인한 개연성이 있다며 검찰에 사건을 이첩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익 신고자 A 씨의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 출석을 다수 의석의 힘으로 가로막으며 또다시 ‘이재명 방탄’에 나섰다. 이에 자신이 A 씨라면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조명헌 씨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무산시키는 것이냐”며 거대 야당의 횡포를 비판했다.
김 씨가 경기지사, 유력 대선 주자의 배우자라는 신분을 악용해 경기도 법인카드를 최대 100건이나 음식 값 지불 등에 사사로이 썼다면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만약 이 대표가 이를 알고 묵인했다면 범죄를 방조한 것이다.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이 대표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10가지 혐의와 관련해 모두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법인카드의 불법 사용 여부 등은 물증을 통해 밝힐 수 있는 사안이므로 경찰과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 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보편적 상식에서 이 대표만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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