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사치품 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명백히 위반하는 사안이지만 밀수·위탁계약 등의 방식으로 북한에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19일 “북한이 최근 신의주 육로를 개방함에 따라 화물열차·차량을 통해 사치품을 들여오는 비중이 느는 추세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국경봉쇄로 사치품 반입 규모가 일시 위축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회복되는 양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할 당시 고가의 명품을 착용한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스위스 IWC 시계를 착용하고 독일 명품펜 몽블랑을 사용한 바 있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할 당시 명품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토트백을 메고 있었고, 김 위원장의 딸 주애는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 현지지도 현장에 디올의 고급 재킷을 입고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 “김정은 일가는 집권 이후부터 최근까지 공개 활동 시 고가의 옷·시계·펜·가방을 노출한다”며 “일반 주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치품 소비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당과 군 간부에게 각종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명품 시계나 고급승용차를 선물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최근 이 같은 ‘선물 정치’가 또다시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는 김정은 일가의 사치품 조달과 관련 유럽 공관이나 상사원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럽 공관원이 카탈로그 등을 평야에 보내고 평양에서 물품을 지정해 구매 지시가 내려오면 물품 구매가 확정된다”며 “해외 체류 북한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불법 물자구매에 가담할 현지인·무역상사 등 협조망을 구축하고 이후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으로의 조달은 중국과 북한 접경지에서 해상·육로·항공 등을 통해 이뤄진다고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유지를 여러 단계 거치면서 최종 도착지를 속여 밀수하는 방식이 상당수”라며 “코로나 봉쇄 기간에는 화물선을 이용해 불·편법으로 물자를 은밀하게 선적한 뒤 반입하는 형태가 많았다. 현재는 화물 열차 등을 이용한 비중이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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