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2기 지도부’ 인선이 19일 진통 끝에 마무리 됐다. 여당은 이 기세를 몰아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할 혁신위원회를 꾸릴 예정이지만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여권발(發) 신당 창당설’마저 제기되며 당이 사분오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보궐선고 후 채워지지 않은 마지막 공석인 전략기획부총장에 수도권 초선의 배준영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을 임명했다. 친윤색채가 강했던 박성민 의원의 후임으로, 계파색이 옅고 두루두루 관계가 원만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초 김 대표는 충청권 안배 차원에서 충북 제천·단양을 지역구로 둔 엄태영 의원에게 직을 제안했지만, 엄 의원이 고심 끝에 고사했다. 배 의원은 임명 직후 첫 일성으로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재도약 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당원들의 뜻을 한데 모으겠다”며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인 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있는 줄도 안다. 민심을 떠받들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첫 데뷔전을 치른 2기 지도부를 향해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중요직책을 맡은 신임 당직자에게 감사드린다”며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경제현안 민생 과제를 해결함에 있어 더욱 진지하게 경청하고 민심과 괴리되지 않도록 당이 민심을 전달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혁신위원장 인선은 장고를 거듭 중이다. 혁신위원장 후보로 여러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들이 거론됐지만, 아직 확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당초 점쳐졌던 23일 혁신위 출범 일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다”며 “(혁신위원장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상징적인 분을 모셔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이를 통해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인선을 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인 비윤(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는 연일 신당 창당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주축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모두 ‘12월 탈당’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유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및 무소속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해진 건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당과 결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보수 분열의 여파에 대해서는 당내 반응이 나뉘었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탈당을 가정하는 질문에 “(당 지지율이) 장기적으로 3~4%포인트 플러스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대답을 제시했다. 반면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해온 윤상현 의원은 유승민·이준석 체제의 신당 창당 시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며 “신당은 우리에게 최대 위기가 된다”고 원팀 복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당 창당론이 제기되며 당내 혼란을 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건 선거 전략상으로 이미 윤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 속에서 맞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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