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마지막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쇼팽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들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쇼팽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고, 음악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1세대 아이돌 피아니스트이자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던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더욱 완숙한 모습으로 쇼팽의 후기작을 들고 돌아왔다.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라스트 쇼팽’ 앨범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쇼팽의 마지막 4년 간의 작품을 담았다”며 “쇼팽의 조국 폴란드에서 녹음했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이번 작품에는 뱃노래(바카롤)와 마주르카, 녹턴, 왈츠 등 쇼팽 말년의 소품들이 수록돼 있다. 그는 “쇼팽이 조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랑이 고스란히 드러난 마주르카는 쇼팽의 혼이자 심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은 2005년과 2006년 쇼팽 에튀드와 스케르초 앨범을 발매하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려 왔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쇼팽 앨범을 더 내지 않았고, 쇼팽의 작품으로만 이루어진 연주회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저에게 피아노는 쇼팽이었다”며 “20대 초반까지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쇼팽이었고,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도 쇼팽이었다”며 쇼팽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쇼팽을 미지근한 감정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았었다”며 “쇼팽의 아픔과 쓸쓸함 등 그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돼 한 사람으로서 쇼팽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부연했다.
아이돌 피아니스트로 불렸던 젊은 연주자는 세월이 지나 라디오 DJ, 공연 기획자 등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하며 중견 피아니스트가 됐다. 그는 “나이에 맞게 연주도 변하는게 자연스럽다”며 “뱃노래의 경우도 예전에는 화려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이제 허심탄회한 마음가짐으로 연주했고, 연주들이 어릴 때와 달라졌다는 점이 재밌다”고 말했다. 2006년 스케르초 앨범의 뱃노래와 이번 앨범의 뱃노래는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이 친 것처럼 다르게 느껴진다. 2006년의 연주가 젊은이들의 활기찬 뱃노래라면 이번 앨범의 연주는 더욱 담백하고 담담하면서 우아하다.
김정원은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해 22일부터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25일 서울 롯데콘서트올, 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9일 청주예술의전당, 3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으로 이어진다. 앨범에 없는 곡을 추가해 다른 구성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연주자에게는 매우 피곤한 프로그램이지만 극적인 구성”이라며 “관객들에게 힐링을 드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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