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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사우디와 수소벨트…脫석유 파트너로 뜬다

尹대통령, 빈살만과 정상회담

"韓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 추구

탄소포집·수소 협력 여지 크다"

전기차·스마트팜서도 협력 성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 시간) 리야드 킹칼리드국제공항에 도착해 모하마드 빈 압둘라만 빈 압둘아지즈 부주지사와 공항 내 접견실에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방문해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등 ‘수소경제 벨트’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방식이다. 사우디는 석유 고갈 시대를 대비해 수소경제 생태계에 대한 투자에 국운을 걸고 있고 이에 필수적인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서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수소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등이 이번 순방에 동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수소경제 등 다방면에서의 경협 확대를 논의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그 배경에 대해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하는 사우디와 수소차·연료전지 등 수소 기반 산업 최선도국인 한국은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이날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에너지부가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체인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협력 시스템을 체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보도된 사우디 현지 언론 ‘알리야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탄소 중립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원전·수소 등 고효율 무탄소 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CCUS를 발전시킬 것이며 사우디와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수소경제 분야에서 윈윈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갖췄다. 우선 사우디는 탈탄소 시대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수소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수소생태계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체계로 각광받는 상황에서 사우디에는 블루수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자프라 가스전(매장량 60조 ㎥)을 활용해 2030년부터는 연 1100만 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블루수소가 탈탄소 청정에너지로서 기능하기 위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고 운송하는 CCUS 기술이 필요하다. 해당 기술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따라서 기술을 가진 한국과 자본 및 원료를 갖춘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로에게 최적의 수소경제 파트너로 궁합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양국이 맞손을 잡게 되면서 앞으로 국제 수소생태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구체적인 경협 사업들이 합의됐다. 특히 한국전력·포스코홀딩스·롯데케미칼 등의 기업이 사우디 아람코의 블루암모니아 생산 사업에 참여하는 내용의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현대자동차는 사우디 교통공사 등과 함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투자 포럼에는 약 300여 명의 양국 경제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경제 외에 전기차·조선·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양국 경제협력 밀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수석은 “투자 포럼을 계기로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는 약 4억 달러(5400억 원)를 함께 투자해 자동차 전기차 조립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며 “중동 내 첫 우리 전기차 생산 기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진출 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수석에 따르면 조선업의 경우 이미 주단조·선박엔진·조선소로 이어지는 완결된 조선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 이외에도 로봇·스마트팜 등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내 스타트업들도 사우디 진출의 기반이 될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총 530만 배럴의 ‘원유공동비축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사우디 건설 분야 협력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등을 통해 네옴시티 사업에 입찰한 한국 기업들의 수주가 성사되도록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총 5000억 달러(676조 5000억 원)의 네옴시티 사업 중 약 250억 달러(약 33조 9000억 원) 규모 사업에 입찰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중 네옴 프로젝트 현장을 찾는 등 수주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우디 측은 윤 대통령이 21일 리야드 도착 직후 20조(약 27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디리야 게이트’ 개발 사업 부지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디리야는 사우디 왕가가 탄생한 유서 깊은 유적지로 리야드에서 약 2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디리야 게이트 사업은 이 일대에 최고급 빌라와 병원·쇼핑센터 등을 건설하는 신도시 사업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디리야 유적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협력 분야와 한국 특정 기업도 거론하며 투자 유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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