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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나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실수하고 허탕치면서 경험 쌓는

자기주도적 프로젝트 학습해야

학교의 배움이 직장서도 큰도움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개발자로 일하는 제자가 찾아왔다. 대학 다닐 때 내 수업을 듣고 졸업 이후에도 청강생 겸 조교 역할을 했던 제자였다. 그는 좋아하던 일이 직업이 된 ‘덕업일치’의 길을 걸어왔다. 학교에서 배웠던 것 중에서는 무엇이 현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물어봤더니 몇 가지를 얘기했다.

첫째, 교과서나 수업을 통해 전달받은 지식보다 직접 해본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과학기술원(GIST) 초창기에 수업용 온라인 게시판을 자발적으로 만들었던 선배가 그 후 잘 풀렸고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줬다고 했다. 내 제자 역시 대학생일 때 수업 시간표 짜기, 택시 함께 타기 등의 앱을 만들어 주변에 공개한 바 있다.

둘째, 모르는 것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찾아서 배워나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했다. AI 개발 및 활용의 최전선 업무를 해보니 그런 상황의 연속이라서 학창 시절의 공부도 스스로 찾고 배우는 과정이 많이 포함된다면 크게 도움이 됐을 거란다. 일일이 가르쳐줄 사람도, 미리 정해진 답도 없는 업무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셋째, 도전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경험을 학교에서 하면 좋겠다고 했다. 실패가 치명적인 직장에서 실패를 처음 경험하게 되면 더욱 ‘멘붕’ 상태가 되고 도전적인 기획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뭐든지 도전해볼 수 있고 실패해도 관용이 부여될 학창 시절부터 너무 안전한 것만 택하면 실패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수 없다.

제자를 만난 반가움에 유익함이 더해진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들이 새삼 떠올랐다. 우선 학교에 학생들이 직접 해보는 프로젝트 수업이 열려도 필수과목이 아니면 소수의 의욕적인 학생들만 수강한다. 필수과목들을 그런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또 선행 학습부터 내신 준비, 수능 대비까지 떠먹여주는 사교육은 오랜 기간 학생들을 학습 관광객으로 만든다. 공교육부터 학습의 자기 주도성을 기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럴 능력이 없는 학생이 많아서 어렵다고 하면 평생 못 한다. 평생 학습이 필수인 시대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다.

학생들은 학교 시험을 망치는 것을 인생의 실패로까지 여기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시험 한 번 못 보면 대입 전략이 바뀌고 진로 목표도 수정된다. 수능에서 등급 받기 불리한 경제 과목은 존폐 기로에 있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되더라도 적성과 진로 희망보다 등급 셈법이 먼저 고려될 것이다. 남이 잡아준 물고기로 평생 살 수 없고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면 직접 잡아봐야 한다. 낚시를 교본이나 동영상으로만 배운 사람이 훌륭한 낚시꾼이 될 수 없다. 실수도 하고 허탕도 쳐가면서 정보를 얻고 경험을 쌓아야 소위 ‘꽝조사’도 훗날 대어를 낚는 조사로 성장할 수 있다.

나는 GIST에서 학생들이 어떤 활동을 통해 커가는지 지켜봤다. 고학년 때 수강한 교양과목이 대학원 전공이 되고, 전공이 아닌 취미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학교의 주력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 최고 저널에 논문을 쓰고 세계 최고의 대학원으로 유학을 간 경우도 있다. 무한도전 프로젝트라는 비교과 활동 지원 프로그램에서 벌인 ‘딴짓’을 통해 창업해 대표가 된 사례도 있다. 그 프로젝트에서 전공도 아닌 로켓 발사에 수년간 도전했던 학생들도 떠오른다. 배달료가 없는 음식 배달 앱을 개발한 학생이 운영하는 회사 소속 로봇들은 음식 주인을 찾아 교정을 누비고 있다. 그런 사례와 모습들에서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미소와 함께 희망과 다짐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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