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이 10곳 중 3곳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는 이른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현상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공개한 2023년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련병원 진료인력 및 진료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전 만큼은 아니나, 회복되는 추세다. 그에 반해 입원 진료량은 코로나19 이전보다 37% 감소한 데서 머물러 있다. 진료 인력 부족으로 진료량이 축소된 데 따른 여파다.
실제 전국 수련병원 95곳 중 82%는 2019년 대비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상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그 중 3분의 1은 50% 미만으로 진료를 축소했다. 향후 수련병원의 15.4%는 전공의 인력이 더 줄어들 경우 현행 대비 병동 입원진료를 추가로 축소 운영할 계획도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입원 병상 등 배후 진료 여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응급진료도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현재 24시간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27.4%에 그쳤다. 2022년 동일한 조사 결과가 38%였음을 고려할 때 1년새 10% 넘게 감소한 셈이다.
학회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며 전공의 인력이 줄어들면서 진료량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수련병원의 20%는 “전공의 인력 감소에 따라 응급진료의 추가적인 축소 운영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한때 인기과로 꼽혔던 소청과는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2019년도 모집까지는 그나마 정원을 채웠지만 2020년도 모집부터 전공의 지원율 78.5%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고 수익성마저 악화하자 2021년 37.3%, 2022년 27.5% 등으로 급격히 고꾸라지더니 2023년도 모집에서는 역대 최저인 15.9%를 찍었다.학회는 2024년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30% 이하로 계속 유지될 경우, 내년에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4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25년에는 수도권 68%, 비수도권 86%의 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 달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미 전체 수련병원의 63%는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교수가 당직을 서고 있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아 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 붕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안도 계획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부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보다 강도 높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2025년 2월 이후부터 소아청소년과 수련기간 3년제가 적용되며 3·4년차 전공의가 동시에 졸업한다. 전공의 지원율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총정원 600명 중 연차별로 50명 남짓의 인력만 근무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전문의 진료인력의 신속한 투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간진료 뿐 아니라 주간 일반병동 운영까지 심각한 위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전담전문의(촉탁의) 운영 비율마저 50% 이하로 낮아 수련병원의 전문의 진료인력 투입이 시급하다"며 "소청과 진료가 지속되려면 전문의 투입을 위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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