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9%로 처음으로 2% 선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잠재성장률은 1.7%까지 추락하며 미국(1.9%)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OECD가 200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주요 7개국(G7)에 뒤처지기는 24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내리막이다. 반면 최근 수년 동안 미국·캐나다·이탈리아·영국 등은 잠재성장률이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조만간 한국이 다른 G7 국가들에도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일본식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징후다.
정부는 최근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을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나 대외 여건 악화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한국만 거꾸로 가는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대 정부는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민간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기업들은 노사 분규나 각종 규제 사슬에 시달리면서 당장 기존 주력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서 경쟁국에 밀리면서 성장 잠재력이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은 단순히 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국가간 대항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라도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 개혁과 속도감 있는 규제 혁파로 민간의 혁신과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고급 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특히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리려면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차세대 원자력,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 육성을 위해 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금융·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산업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개편하기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기업은 과감한 투자로 화답하는 것이 한국이 저성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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