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개발은 지역과 사업별로 구조가 천차만별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과 지방의 사업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분양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 탓이라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단독 입수한 또 다른 부동산 PF 사업수지 현황에 따르면 한 시행사는 최근 사업계획을 변경하면서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1900만 원에서 2100만 원으로 올려 잡았다. 분양가만 약 1600억 원이 불어났다. 분양수입 전망치는 당초 1조5300억 원에서 1조6900억 원으로 늘었다.
이 사업장은 직접 공사비가 많이 증가했다. 평당 6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약 16.7% 상승했다. 자연스레 공사비 지출 예상치도 기존의 9300억 원 수준에서 1조850억 원으로 1500억 원가량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개발업체는 공사비 증가분을 아파트 분양자에게만 떠넘겼다. 오피스텔의 경우 공사비 증가에도 분양가 평당 900만 원이 유지됐다.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분양수입도 3400억 원으로 동일하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축비가 올랐으면 오피스텔 쪽도 올려야지 왜 서민들만 피해를 입느냐”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시행사는 자사 이익 예상치를 슬쩍 420억 원 올렸다. 분양가 상승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규모가 커지고 금융사에서 PF 관련 대출을 잘 받기 위한 의도로 보이지만 별다른 위험 요인 없이 개발 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또 중도금 무이자를 이자후불제로 변경하면서 480억 원의 이자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이익 예상치 증가분을 포함해 앉아서 9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 부담은 사실상 수분양자가 떠안는 구조다. 시행사의 사업계획과 이익규모, 시공사의 공사비 원가를 세부적으로 알 수 없는 수분양자들 입장에서는 원자재값이 올랐다는 말만 믿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입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같은 부담에도 수분양자들 역시 지역과 아파트 크기별로 향후 많게는 수억 원 대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로의 묵인 아래 전반적인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리얼투데이가 KB부동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9월 평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국 기준 평균 2006만2000원으로 5개월 만에 2000만 원을 다시 넘어섰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평당 4694만2000원으로 전월 대비 0.5% 뛰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PF 사업 정상화를 통해 시행과 건설 업계 전반을 지원해주고 있는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시행사업의 특성이 있으며 이익을 많이 낸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부동산 PF의 구조적 문제와 부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당국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이유를 거시경제 리스크와 정치적 부담에서 찾고 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택가격 하락률이 고점 대비 30%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더 떨어지면 금융기관이나 PF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정치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정부 입장에서 집값 급등은 큰 부담이지만 적정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직 고위관료들의 증언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국이 내년 총선 때까지 부동산 PF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떠받치고 있다가 총선 이후에 이를 놔두기 시작하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PF 부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부작용이 덜하다. 두면 둘수록 고름만 커질 뿐”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 부동산 PF로 수천 억 돈잔치…경기 좋을 땐 성과급 나쁠 땐 금융 당국에 손벌려
부동산 PF와 관련해 금융사들의 과도한 이익과 성과금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금융사들의 PF 이익이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메리츠증권(3550억 원)과 한국투자증권(1411억 원), 미래에셋증권(840억 원), KB증권(824억 원), 키움증권(595억 원), NH투자증권(517억 원), 신한투자증권(373억 원), 삼성증권(239억 원), 하나증권(158억 원) 등 9개사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임직원에게 지급한 PF 관련 성과급이 총 8510억 원에 달한다. 1인당 연평균 성과보수는 한국투자증권이 4억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증권(3억9800만 원)이 두번째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당한 PF 사업으로 돈을 벌고 위험을 지면서 대출을 해준 금융사들이 이익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서울만 해도 집값이 일반 서민들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PF 사업구조와 분양가 전반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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