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 금액과 아파트 월세의 격차가 27년 만에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 긴축의 영향으로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며 미국에서도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CBRE의 분석을 인용해 매달 나눠 내는 신규 모기지 상환 금액이 평균 아파트 월세보다 52% 많다고 보도했다. CBRE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대 격차다.
WSJ은 43만 달러짜리 주택을 30년 만기 모기지로 이날 구매하면 계약금 10%를 제외하고 월 3200달러 정도를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3년 전보다 약 60% 높은 금액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주택 임대료는 22% 정도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199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평균 구입 비용과 월세가 거의 비슷한 추세가 유지됐다. 이후 2006년 2분기 모기지 상환 비용이 월세보다 33% 높아지기도 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저금리에 주택 공급까지 원활해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2010년대에는 모기지 상환비용이 월세보다 평균 12% 낮았다.
모기지 상환비용이 다시 급증한 것은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결과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0%으로 22년 만에 가장 높다. 모기지 금리는 10년물 국채의 영향을 받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기준금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일시적으로 5%대를 돌파했다. 그 여파로 가장 보편적인 주택 구매 대출인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도 8% 선까지 올랐다.
공급이 급감하며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도 모기지 상환 부담을 키웠다. WSJ는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주택을 구매하려는 1주택 소유자들이 8%에 달하는 모기지 금리에 부담을 느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모기지 중 약 80%는 금리가 5% 미만으로 신규 모기지 금리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 결과 8월 전역의 주택 가격 총액은 46조 80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