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 파티하는 날에 편지 써서 애들한테 나눠줬어요. 시험 기간이었는데도 친구들이 점심 먹고 갑자기 케이크를 들고 와서 ‘자퇴 축하합니다’하고 노래를 불러주는 거에요. 그때 진짜 광광(펑펑) 울었어요.” (안혜주·18)
‘자퇴생’ 하면 여전히 ‘문제아’나 ‘부적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퇴는 이제 ‘특별한 사건’이 아닌, 하나의 ‘옵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종로학원이 지난 8월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기준 일반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 수는 2023년 1만5520명으로 2021년 9504명에 비해 6000명 가까이 늘었다.
이렇듯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학교 밖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들이 말하듯 ‘공교육의 붕괴’ 때문일까. 서울경제 유튜브 <일큐육공 1q60>이 10대 자퇴생 3인을 만나 솔직한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핵인싸’ ‘부회장 ’아이돌 지망생‘...이들이 자퇴한 이유 = 혜주 양은 전교부회장을 할 만큼 ‘인싸’였다. 배현민양(18) 역시 학급 부회장에 9개의 동아리 활동을 할 만큼 활동적이었다. 박준아양(19)은 학교에서 활발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아이돌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가며 학교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다고. 어쩌면 남들보다 잘, 적어도 원만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던 이들이 학교를 떠난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준아 양은 “아이돌 준비를 그만두고 학업을 다시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야겠다 결심했다. 그렇게 막 엄청 스펙터클한 얘기는 없었다. 뭔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렇게 진학을 하듯이 자퇴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 느낌이라서 ‘너 자퇴 왜 했어?’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두 명 역시 이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현민 양도 "무슨 대단한 생각에서 자퇴를 한 건 아닌 것 같다. 16년 인생을 살아온 결과 그냥 차츰 그냥 자퇴를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너 왜 자퇴했어?’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게 없더라"고 말했다.
◇자퇴생이라서 대회 출전 불가…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결정이라지만, 자퇴생이라 서러웠던 적은 없을까. 혜주 양은 “선입견을 갖고 보시는 분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자퇴 요즘 많이들 하더라.’ ‘잘할 거야.’ ‘네 미래 준비하는 거잖아. 잘해.’ 이렇게 응원을 해주시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준아 양은 “최근에 어떤 대학교에서 열린 대회에 내가 참가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다른 대학교에선 자퇴생의 경우에는 성적 증명서나 합격 증명서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대학교에선 검정 고시생은 아예 지원이 안된다더라. 그곳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현민 양 역시 “자퇴 후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학원 상담을 되게 많이 다녔는데 자퇴생이라고 하면 학업적 역량을 좀 낮게 보는 경향이 있더라. 그런데 자사고를 자퇴했다고 하면 좀 다르게 본다. 내가 자퇴생이라는 이유로 공부를 못하거나 사회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고 떠올렸다.
주변 사람들 외에 부모님들은 자녀의 자퇴 결심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자퇴 후 친구들과 멀어졌을까? 자퇴 전으로 돌아간다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는 무엇일까. ‘요즘 자퇴생’들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풀영상은 <일큐육공>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콘텐츠는 서울경제신문의 대표 유튜브 채널 1q60에 게재됐습니다.
1q60의 q는 질문(question), 퀄리티(quality), 기발한(quirky)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질문에라도 귀를 기울여 기발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답변을 찾아내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겠습니다.
구독링크는→bit.ly/3KbtPKh
틱톡,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