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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총재 “부동산 대출 규제 구멍”…가계부채 억제 속도 내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이 작다”며 “DSR 규제의 루프홀(빠져나갈 구멍)이 많지 않도록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먼저 규제 정책을 조이고 그래도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안 잡히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가계 대출 급증에도 부동산 대출 규제에 소극적인 금융 당국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현재 전세자금대출·보험약관대출 등 13개 유형의 대출이 예외를 인정받으면서 DSR 규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7%대에 육박하는데도 집값 상승 불안감에 잠시 주춤하던 가계 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이달 1~19일 5대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조 4027억 원 늘었다. 약 20일 기준으로는 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현재 105%에서 내후년까지 100% 이하로 낮추겠다는 금융 당국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가계 대출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마땅찮은 상황이다. 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금융기관 건전성이 훼손된다. 무엇보다 회복세가 미약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가계 대출 문제는 통화 정책이 아니라 미시 경제 정책으로 풀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도 가계 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요건을 강화하고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을 조기 종료했다. 하지만 현 정부 초반에 실시한 다른 대출 규제 완화 조치는 아직 여럿 남아 있다. 당시로서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이제는 내수 악화, 금융 불안 가능성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 금융 당국은 DSR 예외 조항을 재검토하는 등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과 경제 충격이 우려돼 급격한 대출 조이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규제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면서 집값 상승 심리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 가계도 “앞으로 1%대 기준금리를 기대 말라”는 한은 총재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고금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자칫 파산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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