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치과대학을 다니던 학창 시절의 얘기다.
실습 수업이 끝난 후 실습을 돕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수업에 참가했던 학생들에게 “매일매일 치실을 사용하세요?”라고 물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어리고 젊어서 그런지 치실 사용에 적극적이지도, 익숙하지도 않아 긍정적인 답을 못했다.
그러자 레지던트 선생님이 “그럼 우리 모두 함께 치실을 사용해 보죠”라며 그 자리에서 치실을 써 보도록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정말 개운하지 않나요?”라며 “여러분도 앞으로 매일 꾸준히 치실을 쓰도록 하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때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그때의 부끄러움과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누구나 알고 있듯 치실은 일반 칫솔이 닿지 않는 치아 사이 곳곳에 낀 플라그(치석)나 음식물 찌꺼기를 빼내거나 닦는데 사용한다. 실에 왁스를 먹여 만든 의료용 실이다.
대개의 경우 칫솔로 양치질을 하면 해결이 된다. 하지만 치아 배열이 불규칙하거나, 잇몸뼈가 내려가 치아 사이 공간이 넓어졌다면 치실 사용은 더 필요하고 효과적이다.
양치와 치실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면, 이런 궁금증일 생길 수 있다. 과연 ‘어떤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올바른 사용법’인가에 대한 것이다.
치실을 먼저 사용하고 양치를 할 것인가, 아니면 칫솔을 사용한 후 치실을 쓸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다.
이런 고민에 대해 이란의 한 연구팀이 연구 결과를 내놨다. 결론은 치실을 먼저 사용한 후에 양치질을 하는 것이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치아 사이의 플라그, 음식물 등을 치실로 움직여서 제거하기 쉬운 상태로 만든 다음에 양치질로 닦고 깨끗하게 헹궈주면 더 낫다고 한다.
그럼에도 간혹 잘못된 방법으로 치실을 사용하다가 잇몸을 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치실을 선택할 때도 딱 맞는 걸 잘 선택해야 한다.
치실은 일반실처럼 가는 것부터 왁스로 두껍게 코팅된 것 까지 굵기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만약 잇몸 사이 공간이 넓은데 얇은 것을 쓰면 치실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굵은 치실을 쓰면 잇몸에 상처가 나기 쉽다. 결국 이것저것 써 보면서 자신의 구강 상태에 딱 맞는 적절한 치실을 골라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치실을 찾았다면, 이를 이용해 치면을 부드럽게 닦아 음식물과 프라그를 제거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양치질하기 전에 하루 3번, 그리고 잠자기 전에 한 번 더 치실을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하루 4번이 제일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잠자기 전에 한 번 만 해도 기대 이상의 건강한 구강 위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입 속의 작은 잇몸 염증 하나를 방치했다가 당뇨나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올바르고 꾸준한 치실 사용은 하루를 개운하게 마무리하고 구강 건강을 챙겨줄 뿐 아니라, 전신 건강까지 챙겨준다.
작은 치실이 큰 질병을 막아주는 수문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 전에 잊지 말고 ‘치실’을 찾아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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