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객실 내 광고판을 두고 서울교통공사와 설치업체가 4년 넘게 벌인 100억원 규모 소송에서 대법원이 설치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사가 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지난달 27일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사는 2009년 모회사와 공사의 계약에 따라 16년간 객실과 역사 내 표시기를 이용한 광고사업권을 부여받았다. 그 대가로 사업에 필요한 각종 시설물을 설치·관리하며 광고료 250억원을 공사에 납부하기로 했다. 이후 2014년 7월 도시철도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사에 전동차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하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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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계약은 객실표시기를 전동차 중앙에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했으나 공사는 이 경우 시행령을 준수할 수 없게 된다며 A사에 측면 설치를 요구했다. A사는 측면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공사를 상대로 10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공사는 소송 중이던 2021년 3월 A사에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
A사는 광고 운영권을 반납하고 이미 설치한 시설물의 가치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받기로 2018년 7월경 공사와 합의했으므로 그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설령 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사가 계약에 따른 협조·승인 의무를 어겼으므로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1, 2심은 공사가 배상할 의무가 없다며 기각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할지, 측면에 설치할지에 관한 부분에 대해 "전동차 사업의 매출이익과 직결되는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으로 이 사건 계약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며 "피고는 쌍방이 계약 당시 합의한 광고 사업의 운영조건을 계약기간 동안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표시기를 중앙에 설치할 때 CCTV 설치가 불가능하다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도시철도법 개정 후 피고가 최근 도입한 신조 전동차 중에는 객실표시기가 중앙 설치된 것이 있다"며 "도시철도법 개정으로 객실표시기의 중앙 설치를 측면 설치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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