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한민국이 받아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했지만 1980년대 이후 최저 성장률을 목격한 심정이 착잡하다. 한때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한 기억이 있는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낯설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형 성장 공식의 복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한국 경제의 황금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정책금융이었다. 과거 우리 정부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낮은 이자율로 대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다. 우리 국민의 저축률이 워낙 높았으니 그 기반에서 가능했던 일이다.
최근 자금시장이 얼어붙었다. 특히 스타트업·벤처기업을 위한 투자와 자금시장은 혹한기라 할 만하다. 미래에만 기대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게 어려워진 것이다. 벤처·스타트업처럼 미래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곳들은 단기 융자를 받기가 더욱 어렵다. 사업 하는 입장에서는 당장의 문제 해결에 쓸 자금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것이 어려워 사업을 접는 사례도 많이 접했다.
이러한 사정이 안타까워 투자를 전제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낸 적이 있다. 다행히 법안이 통과돼 올해 말에 시행된다. ‘투자 조건부 융자’라는 생소한 자금 공급 방식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투자 조건부 융자를 시작하자 업계는 환영했다. 벤처·스타트업 42곳이 이 상품을 통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다만 금리 수준이 일반 신용대출보다 낮다고 해도 기업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높게 운용되는 점은 아쉽다.
우리 경제성장에 국가 주도의 금융 지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한국 경제의 주축인 반도체·철강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처럼 작은 나라가 금세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며 세계경제가 들썩이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절망에 가깝다. 다시 한 번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설 때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금융 상품들이 운용됐다. 자금 혹한기인 지금에도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금융 상품이 공급됐으면 한다. 미래 투자의 성격 또한 담겨 있으니 그 옛날 대기업을 키우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출 조건에 조금의 배려라도 추가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성장이 정체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기대해야 하는 지금, 미래에 대한 투자와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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