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완전히 중단하기에는 물가 수준이 여전히 높은 데다 전쟁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향후 ECB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유로존 10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속보치는 지난달보다 0.7 하락한 46.5를 기록했다. 이는 전망치인 47.4를 크게 밑돌며 코로나19 대유행 때인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PMI는 4개월 연속 악화했고 프랑스 역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잇따른 경기 둔화 신호에 ECB가 26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전날 유럽연합(EU) 각 기관의 수장들과 비공개회의를 열고 유로존 경제가 향후 몇 분기 동안 침체 위험에 빠졌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CB는 지난해 6월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다 이후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유로존 기준금리는 4.5%이며 특히 예금금리는 사상 최고치인 4%로 치솟았다.
주요 회원국들의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최근 유로존 정부의 차입 비용은 10년 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골드만삭스의 스벤 자리 스텐 연구원은 “ECB는 장기금리 상승세를 고려해 매우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CB가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추가 인상에 나서거나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로존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3%로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유가 상승세를 다시금 부추기는 등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가르드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당분간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