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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막을 수 있나…'119구급스마트시스템' 추진 더뎌

대구서 시범사업…관련법 개정안, 국회 복지위 머물러 있어

의료기관들도 도입에 소극적…소방청 "적극적으로 설득해 협력 끌어낼 것"

구급차.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와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을 계기로 119구급 시스템이 개선된 가운데, 관련 법 개정과 의료기관 등과의 협의가 지연되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26일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청은 대구에서 이달 23일부터 새로 구축한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노후화한 데다 분산 운영돼 신속·효율성이 떨어지는 구급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통합한 시스템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돼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소방청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올해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계기로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에는 △환자가 이송된 병원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기능 △119구급대가 다수 병원 응급실에 환자 정보를 제공하면 응급실 수용 가능 여부 등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이 추가됐다.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의 ‘응급환자번호(EPN)’를 의료기관이 ‘국가응급의료진료망(NEDIS)’에 기재하면, 추후 업데이트되는 환자의 정보를 소방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환자 이송 현황 등의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데 한 달 이상 걸렸다. 더구나 구급일지와 NEDIS에 등록된 정보를 비교해 환자 정보를 유추하는 기법을 활용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입력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사상자들이 어느 병원으로 옮겨졌는지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아 가족과 유족들의 불만이 컸다.

다만 이 기능을 활용하려면 환자의 개인정보를 소방청이 공유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



이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소방청도 별도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들이 응급환자번호를 국가응급의료진료망에 기재하려면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 등과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

119구급대가 다수 병원 응급실에 환자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고, 응급실 수용 여부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또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해당 기능이 활성화된다면 환자 이송이 훨씬 빨라지게 된다.

이에 지금은 구급대원이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가용병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를 받아주는 곳이 나올 때까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일본의 경우 비슷한 기능의 '마못테(지켜줘) 네트워크'를 도입하면서 환자가 응급실 뺑뺑이를 도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응급환자 수용 요청을 병원 4곳이 거절하거나 응급차가 갈 병원을 30분 이상 찾지 못하면, 구급대원은 마못테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근 병원의 모든 응급실에 환자 정보를 전송하고 수용 여부를 묻는 알람을 울릴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료기관들이 응급실 과밀화, 인력난 등을 이유로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시범사업이 시작된 대구에서도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대구소방본부는 대구시 응급의료위원회와 병원장급 지역응급의료협의체 등에서 설명회를 열고, 병원들을 방문해 홍보하는 등 의료기관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구는 올해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겪은 만큼 스마트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될지 가늠할 수 있는 지자체"라며 "전국에 적용하기 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들이 '바쁜데 구급대원이 보내는 환자 정보를 컴퓨터 앞에서 계속 보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만큼,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스마트시스템 활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에서는 올해 3월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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