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26일 장중 한때 150엔 후반까지 오른 뒤 급속히 149엔 대 후반까지 떨어진 상황과 관련해 일본 금융당국이 환율 개입 여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7일 각의 후 기자 회견에서 26일 외환 시장에서의 개입을 묻는 기자들에게 “코멘트는 삼가한다”고 말했다. 전날 외환시장에서는 오후 한 때 엔·달러 환율이 1달러 당 150엔대 후반까지 치솟다가 급속히 149엔대 후반으로 밀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에 ‘일본 정부가 엔저(엔달러 환율 상승) 심화를 막기 위해 환율 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스즈키 재무상은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 과도한 변동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항상 말해왔다”며 “정부는 계속 강한 긴장감을 갖고 만반의 대응을 펼쳐가겠다”는 말로 직답을 피했다.
한편,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0.76엔까지 올랐다. 이는 엔화 가치 기준으로 연중 최저 기록이다. 이날 엔·달러 환율 상승은 전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신축 주택 판매 건수가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기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며 금융 당국의 긴축(고금리) 기조에 무게가 실려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양국 금리 차를 확대해 엔 매도 및 달러 매입(엔화 약세)을 부추긴다. 이에 앞서 열린 25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25엔으로 마감하며 엔화가치가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해 10월 이후 1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26일에도 150.40엔을 기록, 약세를 이어갔다. 전날 150엔 선이 무너지면서 스즈키 재무상이 “긴장감을 갖고 외환시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구두 견제에 나섰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한편, 엔화 가치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돌파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 개입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엔화 가치는 지난해 9월 일본 정부가 약 24년 만에 직접 시장 개입(달러 매도, 엔화 매수)에 나섰을 때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당시 엔·달러 시세는 145.9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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