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둔 예비맘들에게 임신성 당뇨, 일명 ‘임당’ 검사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임신 중에는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등 여러 신체적 변화로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기 쉽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평소 마른 체형으로 입이 짧아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코미디언 안영미는 임신 26주차 때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임신 초반에 ‘왜 이렇게 식욕이 돋죠’라며 글을 올렸을 때 ‘언니 임당 조심해요’라는 걱정을 들었다. 그래도 (임신성 당뇨가) 남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며 "처음 검사받았을 때 140이 커트라인인데 155가 나와 재검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문제는 임신성 당뇨가 생기면 거대아, 견갑난산, 제왕절개 수술률 증가 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임신 중 비만이 당뇨병보다 임신부나 태아 건강에 부작용을 끼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수영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2016~202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산전 관리를 받으며 단태아를 낳은 산모 3078 명을 대상으로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이 임신부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 유무에 따라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이 모두 없는 경우 △비만 없이 임신성 당뇨병만 있는 경우 △임신성 당뇨병 없이 비만인 경우 △비만과 임신성 당뇨병 모두 있는 경우의 4개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 결과 임신성 당뇨병 없이 비만인 임신부 그룹이 비만 없이 임신성 당뇨병만 진단된 임신부보다 전반적으로 부작용 발생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응급 제왕절개와 신생아 저혈당증,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다. 비만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시아 여성 비만 기준’을 따라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인 임신부로 정했다.
임신성 당뇨병만 있던 그룹은 당뇨도 비만도 없었던 그룹과 비교해 부작용 발생 수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임신성 당뇨로 진단됐더라도 식단 조절, 운동과 함께 주기적으로 혈당 수치를 검사하고 필요 시 인슐린 치료를 받는 등 잘 관리하면 일반 산모만큼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이 철저하게 관리되는 데 비해 임신 중 체중 관리는 비교적 소홀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신 후 신체 활동을 적게 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누워지내는 것이 조산을 예방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 임신부 체중관리의 중요성이 확인된 만큼 개별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 등 주요 국가의 지침은 모든 임신부에게 적어도 하루 30분씩 중강도의 신체활동을 할 것을 권장한다. 캐나다 지침에서는 구체적으로 임신 전 BMI를 25~30 kg/㎡ 미만으로 감소시킨 후 임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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