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분양시 잔금 납부 비중을 낮춰 현금을 선(先)확보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공사비가 오르고 시공이 지연되는 상황이 잦아지자 자금을 미리 확보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외부 자금 조달 규모를 줄여 사업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31일 일반공급 청약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는 분양대금 가운데 중도금 비중을 70%, 잔금을 20%로 정했다. 분양대금 비중 관련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대부분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가 관행처럼 통용되고 있는데 이를 조정한 것이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중도금 비중이 늘어나면서 최소 27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6700만 원을 1년여 빨리 납입해야 하는 셈이다.
보통 중도금은 10%씩 나눠 6차에 걸쳐 회수(60%일 경우)하는데 주택법에 따르면 4차 중도금부터는 공사 공정률이 50%를 넘어선 이후 받을 수 있다. 이문아이파크자이는 1,2차 중도금 비중을 각각 15%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약 1500억 원의 분양대금이 공정률 50% 이전에 선유입될 예정이다. 분양 주관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수분양자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계약금 비중은 그대로 두고 중도금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청약을 진행한 ‘e편한세상강동프레스티지원’도 계약금을 20%로 올리는 대신 잔금 비중을 20%로 낮췄다. 계약금을 두 배로 올려 다음달 안에 총 분양 대금 중 20%인 554억 원을 조기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신풍경'은 개발현장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진 탓이다. 최근 1~2년 새 건설 자잿값이 폭등했으며 수급마저 불안정해 공사 지연이 빈번해졌다. 인부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도 크게 올랐다.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공사비가 절대적으로 늘어나자 추후 변동성을 감안해 공사 초반에 현금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외부 자금 조달 규모를 줄여 소요되는 금융비용도 낮출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금리는 선순위 기준 10% 안팎으로 오른 상태로 이문아이파크자이의 경우 약 150억 원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정비사업장의 경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원들의 재건축 분담금을 잔금 100%로 계약하는 경우도 늘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잔금 100% 계약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준공 이후 유입되는 경우가 늘어난 만큼 건설사들이 분양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는 일반분양 수익금밖에 없는 셈”이라며 "이같은 현장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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