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출발해 러시아 공항에 착륙한 여객기가 시위대의 습격을 받았다고 AFP·AP 통신이 2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러시아 서남부 다게스탄의 마하치칼라 공항에 이스라엘에서 날아온 여객기가 착륙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시위대가 “이스라엘인을 색출하겠다”며 공항 터미널 출입구를 부수고 난입했다. 시위대 일부는 활주로로 달려갔고, 다른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부수고는 공항을 빠져나가는 차량의 탑승자를 확인하는 등 위협을 가했다. 시위대 중 상당수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공항이 위치한 다게스탄은 러시아 서부의 자치공화국으로 이슬람교도들이 많이 살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번 시위로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는 가자지구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시위대의 습격에 대해서는 ‘심각한 법 위반’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는 시위 직후 텔레그램을 통해 “연방 당국과 국제기구들이 가자 주민들에 대한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파괴적인 집단의 도발에 굴복하거나 사회에 공황 상태를 조성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도 “오늘 마하치칼라 공항에 모인 사람들의 행동은 심각한 법 위반”이라며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연방 항공청은 비행장에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됐으며 다음 달 6일까지 공항이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고 폐쇄된다고 알렸다. 러시아 북캅카스 연방관구 내무부는 공항에 난입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CCTV 영상을 확인할 것이며 관련자들은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을 향한 위협에 대해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이번 시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주모스크바 이스라엘 대사가 러시아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을 러시아 측에 촉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 법률 집행 당국이 모든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인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폭도들의 거친 선동에 대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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