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성악’의 대표주자 바리톤 김기훈이 다음달 클래식계 성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 무대를 갖는다. 24일 서울 삼성동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기훈은 “한국 가곡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한국적 색과 한이 담긴 한국 가곡을 외국 관객 분들도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훈은 세계 최고 권위의 성악 콩쿠르인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2021년 우승하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발돋움했다. 콩쿠르 무대를 지켜본 위크모어홀 관장이 직접 제안해 성사된 이번 리사이틀에서 김기훈은 가곡 ‘연’ ‘묵향’ 못잊어'와 함께 브람스의 ‘4개의 엄숙한 노래’, 라흐마니노프의 가곡들을 선보인다. 특히 2부 라흐마니노프 무대에 대해 김기훈은 “존경하는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톱스키를 오마주했다”고 부연했다. 런던까지 못 오는 국내 팬들을 위해 다음달 4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프리뷰 공연도 개최한다.
항상 웃는 얼굴로 노래하는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그는 “콩쿠르 때문은 아니었지만 우승 이후로 큰 슬럼프가 있었다”며 “극복하고 나니 또 성장한 내 자신을 볼 수 있었고, 다음 슬럼프가 또 와도 성장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이미 세계 정상급 성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며칠 전 미국 댈러스에서는 ‘토스카’의 악역 스카르피아 역을 맡으며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연말에는 독일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라 보엠’ 무대에 오른다. 내년 2월에는 런던 코벤트 가든 무대에 서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돈 카를로’에 출연한다. 2025년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데뷔한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팔색조처럼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고, 믿고 볼 수 있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없으로는 선악을 떠나 철학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그는 ‘곡성의 아들’이다. 엘리트 성악가의 코스를 밟지 않은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성악에 입문했다. “'열린음악회'를 보며 재미로 따라했던 성대모사가 직업이 됐다”는 김기훈은 간담회 말미 “국가와 고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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