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갑부터 김원이·소병철까지 ‘속내는'
‘전형적인 구태정치다. 요즘 시대 흐름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삭발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이 삭발을 통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말’보다 ‘눈’으로 보이는 효과로 인해 여당에 맞서는 수단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의 삭발 행렬은 올해 더욱 빛나(?) 보인다. 지난 3월 윤재갑 국회의원(해남군·진도군·완도군)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삭발을 감행하면서부터였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자 규탄대회를 열고 신정훈 국회의원(나주시·화순군)이 삭발에 동참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 18일 김원이 국회의원(목포시)과 소병철 국회의원(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이 ‘전남지역 의대 유치’를 주장하며 삭발투쟁에 나서면서 올 들어 삭발을 한 전남지역 국회의원은 벌써 10명 중 4명이다. 전남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10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촌놈 정치’ 전남도의원…도지사는 무슨 죄
하지만 이번 삭발이 과연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적인 반응이다. 전남에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삭발이 계속되면서 그 정치적 의미는 퇴색 되고 보여주기 식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남 의대 유치’와 관련해서는 민주당내에서도 정책 이슈가 지역 이슈로 바뀔 수 있다며 삭발을 말리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김원이·소병철 국회의원이 강행했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삭발식’까지 거행한 이들 의원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볼썽사나운 지방의원들의 행위로 인해 더욱 ’정치쇼'라는 이미지만 각인 되고 말았다.
전남도의원들은 대통령부터 해외 동포 체육인까지 전남 목포를 방문했지만 전남도의원들의 정치적 행위로 비춰지는 돌발 행동은 성공 개최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남도의원들은 지난 13일 전남에서 열린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대부분 자리를 떠 논란을 빚었다. 이러면서 전남도의원들은 삭발식(18일)이 거행된 서울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갖고 전남 국립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과 요구에 대한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작 사과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몫이었다. “지금 이순간도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는 180만 도민의 목소리를 대변한 김 지사의 간절한 호소에도, 전남도의원들은 ‘의대 내놔라’는 식의 정치력만 발휘하고 있을 뿐이다.
#순천시의회 민낯…지방의회 무용론 ‘부채질’
여기에 순천시의회는 더욱 가관이다. 순천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의대 유치 촉구 집회 참석차 상경하는 버스 안에서 서로 욕설과 드잡이를 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싸움이 난 배경은 다름 아닌 자신들에게 공천을 준 소병철 국회의원의 삭발식 참여 여부를 놓고다. 삭발식 참여는 당시 일정에 없었다. 하지만 순천시의회 운영위원장 A 시의원(66·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일정을 강행하려 하면서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시의회 회기 일정도 변경해 올라왔고, 의대유치는 30년 도민의 염원인 만큼, 욕설을 떠나 A 시의원의 행위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날 제대로 된 순천시의회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의원들 간의 추태는 동행한 시의회 사무국 팀장과 직원 7명이 지켜봐야 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정당 상경 집회를 위해 의회 일정이 변경되고 관용차량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시청과 시의회 공무원들이 참석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병철 국회의원에 대한 과잉 충성심(?)이 이번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지방의회 무용론’에 대한 여론을 더욱 부추기며 전국적인 망신살이 뻗친 순천시의회. 지역 정가 안팎에서 순천시의회 윤리위원회와 민주당 전남도당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참고로 순천시의회 재적의원 정수는 총 25명이며 정당별 의석수로는 민주당은 20명에 달한다.
#삭발 퍼포먼스, 정치 혐오로 역풍 불 수도
국회의원들의 눈물겨운 삭발에도 전남도민들의 반응은 석연치 않다. 물론 이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는 유권자들도 있겠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에서 현역 의원 교체론이 거센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민심'보다는 '공천'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전남은 경선 단계부터 경쟁이 치열한 만큼 현역 의원 프리미엄을 앞세워 삭발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전남도의회와 순천시의회 사례에서도 나타나 듯 여전히 줄서기 행태를 보이며 무엇이 우선인지도 모르는 정치적 판단에 도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이에 야당이지만, 전남에서는 야당 같지 않은 민주당의 오만함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심상치 않다. 실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오만함에 22개 시·군 중 무려 7명의 무소속 단체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삭발 퍼포먼스가 전남도민들에게 과연 어떤 이미지로 비춰졌을까. ‘여당일 때는 뭐하고…’ 정치혐오를 불어올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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