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학이 미국의 하버드나 스탠포드대 같은 글로벌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은 1990년대부터 이어온 기금 운용 시스템에 있습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는 30일 “국내 대학이 글로벌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몇십 조 원의 재정이 잠자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 기금 운용과 관련한 규제가 대학들의 낮은 운용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사이언스, 바이오, 헬스케어 등에서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며 이는 상당 부분 대학 기금에서 나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서울대만 해도 최소 10조 원 규모의 발전기금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차 교수는 “한국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를 포함해 해외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며 “대학은 기업용 메신저인 센드버드나 AI 기반 광고 업체 몰로코 같은 글로벌 시장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눈여겨보는 것은 싱가포르다. 차 교수는 “싱가포르는 정기적으로 대학에 발전 기금을 출자해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며 “미국과 싱가포르 대학은 기부금 세액공제 같은 세제혜택이 잘 돼 있다. 한국 역시 기부금 독려를 위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또 한국 대학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률이 올라가야 더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R&D) 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연평균 기준 미국 대학은 12%, 싱가포르는 9%의 운용 수익률을 올렸다”며 “한국도 대학이 자체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고 해외 대체투자를 늘릴 수 있게 규제 허들을 낮추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보유 자금 가운데 일부만 자산운용이 가능하며 정부가 대학에 안전자산 투자를 요구하는 기류가 강하다”며 “(직간접적인 규제가 강하다 보니) 대학 스스로도 자산 운용을 극히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서울대에서 전기공학과 학사와 제어계측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컴퓨터시스템)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서울대 재학생들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한 벤처기업 ‘팀(TIM·Transact In Memory)’을 설립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이 기업이면서 2005년 TIM을 인수한 SAP의 공동연구 개발책임자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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