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투어 선수들의 실력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승컵을 자주 들어 올리는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또는 샷이 핀에 착착 붙거나 퍼팅한 볼이 홀을 찾아 쏙쏙 들어가는 ‘그 분이 오신 날’을 자주 접한다. 이는 고도의 집중 상태인 ‘존(zone)’에 자주 들어간다는 것으로 단순한 운이 아니라 실력과 멘탈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승을 할 때 실제 샷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자의 대회 때 기록과 투어 평균의 샷 데이터를 비교했다. KLPGA 투어 공식 기록 업체인 CNPS의 도움을 받아 4월 국내 개막전이었던 롯데렌터카 여자오픈부터 이달 29일 제주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까지의 기록을 분석했다.
우선 장타 능력을 보면 위너스 클럽 멤버(244.42야드)들은 우승을 할 때 투어 평균(237.77야드)보다 약 6야드 더 멀리 때렸다. 그러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73.01%)은 투어 평균(70.85%)보다 2.16%포인트 높았다. 파4나 파5 홀의 티샷보다 파3 홀 티샷 변별력이 두드러졌다. 파3 홀 티샷을 그린에 올릴 확률에서 우승자들은 87.50%인데 비해 투어 평균은 67.52%로 그 차이는 약 20%포인트나 됐다.
챔피언들은 아이언 샷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린 적중률은 우승자 평균이 78.44%로 투어 평균 66.98%보다 훨씬 정교했다. 러프에서의 그린 적중률은 차이가 더 컸다. 우승자(67.06%)가 투어 평균(52.95%)보다 14.11%포인트 높았다.
보다 많은 버디를 잡기 위해서는 핀에 얼마나 가깝게 붙이느냐가 중요한데 위너스 클럽 멤버들의 그린 적중 때 핀까지 남은 거리는 6.90야드로 투어 평균(7.66야드)보다 0.76야드 더 가까웠다. 그에 따라 그린 적중 때 버디 확률에서 우승자(31.48%)가 투어 평균(21.33%)보다 10.15%포인트 높았다.
버디 확률의 차이는 퍼팅 능력에서도 비롯된다. ‘골프 퀸’들의 우승 당시 라운드당 퍼트 수는 28.85개, 투어 평균은 30.63개로 우승자들이 그린에서만 하루 평균 1.78타 이득을 봤다. 3라운드 대회라면 5타, 4라운드라면 7타 차이가 그린에서 벌어진 것이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많은 버디를 잡는 것 못지않게 타수를 쉽게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 또는 그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스크램블링에서 우승자는 71.37%, 투어 평균은 54.58%였다. 벙커 세이브율에서는 우승자(54.84%)가 투어 평균(38.12%)보다 16.72%포인트 높았다.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스 클래식 챔피언인 박현경도 퍼팅과 위기관리 능력 덕에 아홉 차례나 이어지던 준우승 징크스를 깰 수 있었다. 박현경의 이번 대회 라운드당 퍼트 수는 29.25개로 대회 평균(31.27개)보다 2.02개나 적었다. 나흘 동안 그린에서만 8타 이득을 봤다는 계산이다. 또한 스크램블링에서는 박현경(68.75%)이 참가자 평균(48.79%)보다 약 20%포인트나 높았다. 실제로 박현경은 승부와 직결되는 3·4라운드 이틀 동안 보기는 2개로 틀어막고 버디는 9개를 쓸어 담은 덕에 우승컵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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