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의 방향으로 정치하고, 국정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문병호 서울시 영등포갑 당협위원장)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과의 관계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김용남 전 의원)
“열심히 해도 중앙당에서 말실수 한 번 하면 표가 뚝뚝 떨어진다”(강창규 인천시 부평을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 국민의힘 원외 위원장한테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에게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들은 당이 수도권을 홀대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하는가 하면,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3선)이 주선한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경기·인천을 지역구로 둔 15명의 전·현직 위원장들이 자리했다.
원외위원장들은 당 지도부가 ‘여당의 험지’에서 고군분투 중인 자신들을 살피지 않는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문병호 위원장은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뒤 당 지도부는 가장 절박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원외위원장들의 목소리를 제일 먼저 들었어야 했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김종혁 경기도 고양병 위원장은 “우리당은 소수의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면 나머지는 들러리로 동원되는 모습들이 일상화 됐다”며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가장 절박한 수도권 원외위원장과 함께 합동 의총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도 그대로 묵살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기현 대표와 여의도에 모여서 했던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나온 얘기도 반영된 게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구상찬 서울 강서갑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 차출 문제도 불만이다. 당연히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에 출마하셔서 희생을 해야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며 “그러나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위원장은 “영남에서 끌려와서 할 수 없이 수도권에 출마한다고 유권자가 표를 주겠나”라며 “수도권 유권자는 냉정하고 무섭다. 스스로 자기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표를 주고,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규택 경기 수원을 위원장도 “그분들(영남 중진들)이 가장 험지로 갈 건 아니지 않느냐”며 “영남권 중진들을 차출해서 온다면 등촌, 관악, 강북, 도봉 등으로 보내야지 마포, 과천, 분당으로 갈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영남 내에서 세대교체를 해야지, 수도권으로 옮긴다는 건 당의 혁신과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구상찬 위원장은 “이태원과 광주 5.18 국립묘지는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가야할 곳”이라며 “인 위원장은 우리당의 아픈 곳, 모자른 곳을 먼저 찾아야 했다. 서울, 경기 위원장들의 아픈 곳을 만져주고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지금까지 대통령실과 당의 왜곡된 관계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래야 떠나버린 민심을 되찾을 수 있고 수도권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수도’ 서울을 험지로 인식하는 지금 국민의힘 ‘영남당’의 한계는 반드시 깨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희생될 사람은 솔선수범해서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전국 원외위원장 총회를 열어달라는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하기로 합의했다”며 “보궐선거 패배 뒤에 가장 절박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원외위원장들이다. 지도부가 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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