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은 영화와 건축의 공통점으로 대중성을 꼽는다.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예술적 전문분야로 인식돼 대중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두 분야의 공통점이다. 2009년부터 15년 간 아시아에서 유일한 국제 건축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서울국제건축영화제’도 이 같은 공통점에 주목했다. 김 위원은 2013년부터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 프로그래머로서 참여하며 건축영화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국제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것이다. 행사의 정체성, 비전과 어울리는 영화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토크나 포럼 등 부대행사를 기획한다. 올해 제1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선보인 ‘한일 문화교류 특별전’도 그의 손을 거쳤다. 영화제에 참여할 세계적인 일본 건축사들을 섭외하고 영화감독 및 배급사와의 협의를 이끌어내 양국 간 건축문화의 교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에는 주필리핀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 도시 건축 영화제’를 개최해 필리핀과 한국의 건축사를 주제로 영화인들이 교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서울국제건축영화제의 참가 작품 수는 2013년 16개국 21편에서 올해 18개국 34편으로 늘었고, 관객 수는 2013년 3400여 명에서 지난해 2만 여명으로 10년 간 약 6배 증가했다.
김 위원은 “건축의 경우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전문적인 영역이 있는 만큼 건축적인 시각이 영화와 만나는 지점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축적인 시각과 영화가 만난 대표작으로는 ‘설국열차’, ‘기생충’ 등을 꼽았다. 그는 “한 영화를 떠올릴 때 어떤 공간이나 장소가 떠오른다면 그 영화는 건축학적 시선으로 볼 때 의미가 있는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디자인이나 시각예술 등 관련 영역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김 위원은 “건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건축의 넓고 깊은 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건축의 위치를 함께 탐구할 수 있는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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