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세계은행(WB)의 경고가 나왔다. 세계은행은 30일 ‘원자재 시장 전망’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어들 경우 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973년 이후 50년 만에 다시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살라미 전술’로 전면전은 지연되고 있지만 장기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란이 핵심 원유 운송 항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2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비관적 전망까지 거론되고 있다.
1970년대의 두 차례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제3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면 자원 빈국인 한국은 치명상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잖아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파고까지 겹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오일쇼크까지 덮치면 물가·환율 급등으로 수출과 성장률이 더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북한과 중국·러시아 등이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차 오일쇼크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만반의 대책을 세워 충격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재정·통화·금융정책 전반을 점검해 물가·금융·환율 안정에 총력을 쏟는 한편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부채가 급증한 가계·기업 등은 허리띠를 죌 각오를 해야 한다. 또 북한의 기습 도발을 막기 위한 철통 같은 안보 태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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