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대(對)중국 수출 제재로 엔비디아가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정점 대비 20%가량 하락해 1조 달러 수성이 위태로워졌다.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을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엔비디아·AMD 등 AI 칩 개발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월 3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스저널(WSJ)은 미국의 대중 추가 제재로 엔비디아 매출 50억 달러가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엔비디아가 알리바바그룹, 바이트댄스(틱톡), 바이두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수주한 2024년 매출이 50억 달러에 이른다”며 “새 규제 발효 전 미리 납품하려 했으나 규제가 즉시 적용돼 실패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10월 17일 엔비디아 A800과 H800 등 저성능 AI 칩셋의 대중 판매를 금지하는 새 규제를 내놓았다. 당초 새 규제 적용 시점은 한 달 후인 11월 중순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10월 23일부터 발동됐다. 수주한 반도체를 미리 선적시킬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4.6%까지 폭락했다.
새 규제는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날 AMD는 3분기 매출이 58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0.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의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이지만 시간외거래에서 AMD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 서버와 AI 칩 실적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이 1년 전과 같은 16억 달러에 머문 탓이다. 새로운 제재의 여파에 4분기 매출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58억~64억 달러로 제시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