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 판정 결과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 가입자가 판정 전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보험사가 사망한 A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보험기간 중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 대상으로 인정될 경우 진단비 명목의 보험금을 받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2014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했다. 단,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계약은 소멸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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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암 투병 중이던 2017년 6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 대상자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공단은 장기요양등급 1등급 판정을 내렸지만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보험사와 유족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보험사는 A씨가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전에 사망했으므로 계약이 소멸해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등급판정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건강 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임이 확인되면 족한 것이지 등급판정일이 사망 이후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며 "등급판정위원회 결정일을 기준으로 본다면 시점에 따라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져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수급 대상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소멸했다면 보험기간 중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장기요양급여는 성질상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다"며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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